< 부산항 ‘활기’ > 26일 부산항에서 수출 화물이 컨테이너선에 실리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1.4%(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 부산항 ‘활기’ > 26일 부산항에서 수출 화물이 컨테이너선에 실리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1.4%(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당황스러울 정도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 경제가 3분기(7~9월) 7년3개월 만에 최고 성적표를 낼 것으로 전망한 시장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북한 위협요인 증폭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0.8%만 성장해도 선방’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돈 3분기 성장률 덕분에 올해 연간 성장률도 3%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경계 목소리도 있다. 깜짝 성장이 경제의 질적 개선에 따른 성과라기보단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은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다.

◆수출이 끌고 추경이 밀고

수출·추경이 떠받친 '깜짝 성장'…고용·소비는 여전히 '싸늘'
2분기 0%대로 떨어진 성장의 불씨를 되살린 주역은 수출이다. 2분기 마이너스(-2.9%)로 추락했던 수출은 3분기 6.1%로 껑충 뛰었다. 2011년 1분기(6.4%) 이후 6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품목이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3분기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전체 성장률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2014년 1분기(1.1%포인트)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달 초 장기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말 수출이 집중된 영향도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에 제조업 업황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2.7%로 플러스 전환했다. 전 분기는 -0.3%였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글로벌 업황이 아직 부진한 조선·철강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경도 한몫했다. 3분기 정부소비는 일자리 창출 사업 관련 경비 지출이 늘면서 2.3% 증가했다. 2012년 1분기(2.8%) 이후 5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성장률이 2분기 -1.3%에서 3분기 1.3%로 전환한 데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추경 집행의 영향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

하지만 체감 경기까지 달구진 못한 모습이다. 3분기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분기 대비 0.3%포인트 떨어져 한 분기 만에 다시 0%대로 주저앉았다. 민간소비는 경기 상황과 가계소득, 고용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경제 성장의 온기가 민간으로까진 제대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도 여전히 부진하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반도체는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 반도체 위주로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당장 체감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를 봐도 마냥 웃긴 어렵다. 3분기 설비투자는 0.5%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의 최저치다.

◆더 힘 받는 11월 금리 인상론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도 연간 3% 성장이 가능해져서다. 한은의 추정 결과 4분기 성장률이 -0.54%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다. 0%대 초반만 돼도 연간 3.1~3.2%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잠재성장률(2.8~2.9%)을 웃도는 뚜렷한 성장세’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 성장세가 세계 경제 회복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금리 인상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자칫 소비 위축과 투자 침체 등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