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는 지난 2월 자체브랜드(PB) ‘온리프라이스’ 상품을 내놨다. 종이컵, 화장지, 우유 등이었다. 소비자들의 ‘진짜 반응’을 보기 위해 새 브랜드가 나오면 늘 하는 대규모 판촉 행사나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잘 팔렸다. 온리프라이스 흰우유(1L)는 월 30만 개씩 팔렸다. 롯데마트에서 파는 흰 우유의 70%에 달했다. 한입에 먹을 수 있게 크기를 줄인 크리스피롤은 지금까지 약 61만 개가 판매됐다.

롯데마트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까지 품목 수를 현재의 134개에서 400여 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매출은 13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잡았다. 남창희 롯데마트 MD본부장(전무·사진)은 “이마트의 노브랜드 못지않은 대표 PB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번 정한 가격은 끝까지

남 전무는 26일 서울 영등포 롯데빅마켓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온리프라이스가 출시 9개월 만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올해만 53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온리프라이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결로 남 전무는 우선 ‘가격’을 꼽았다. 일반 브랜드 상품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온리프라이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L 흰우유 2개 묶음 상품은 3000원이다. 같은 1등급인 시장 1위 브랜드 우유는 5000원이다.

온리프라이스 제품은 브랜드 이름처럼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 가격을 아예 포장에 박아 바꾸지 못하게 했다. 동전 모양 온리프라이스 로고에는 ‘1000’ ‘3000’ 등 가격이 크게 표시돼 있다. 상품 가격을 믿고 구입하라는 자신감의 표시다. 가격이 명시돼 있어 할인행사나 ‘1+1 행사’도 할 수 없다. 행사 때 반짝 많이 파는 대신, 연중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남 전무는 “정상가에 구입하면 손해란 인식 탓에 행사할 때까지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도 있는데, 온리프라이스를 구입하는 사람은 할인 행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가격은 1000원 단위로만 정했다. 1000원 단위로 맞추기 어려우면 묶어서 판매한다. 1L 흰우유는 값을 1500원 아래로 낮추기 힘들어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한다. 남 전무는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많이 쌓여도 덤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가 쌓이면 기부하거나 버려서라도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판로 개척도

값이 싸다고 품질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품질을 끌어올리고 포장 등 부수적인 부분에서 원가를 아끼는 전략이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온리프라이스 초콜릿은 달콤함을 오래 느끼게 하기 위해 카카오 버터 비중을 확 높였다. 초콜릿의 핵심 가치는 달콤함이란 판단 때문이다. 탄산음료도 톡 쏘는 탄산 맛에 집중하고 있다. 탄산가스가 오래 유지되게 하기 위해 용기를 새로 디자인하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온리프라이스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현재 온리프라이스 제조를 맡은 60개 기업 중 46개사가 중소기업이다. 이 가운데 17개사는 소매 판매가 전혀 없었던 곳들이다. 중소기업 판로 개척의 통로로 온리프라이스가 활용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내 유통 계열사로 온리프라이스 제품의 판로를 확장할 예정이다. 롯데슈퍼에는 이미 34개 상품이 들어갔다. 롯데마트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점포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또 롯데 계열사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유통사에서 판매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