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40여곳 "어서와! 이마트 상생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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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할 수 없다면, 규제 속으로 들어가자
당진어시장 등 3곳 방문객·매출 늘자 '러브콜' 잇따라
전통시장과 겹치는 품목 안팔고 고객 쉼터도 설치
이마트 "2018년 상반기까지 상생스토어 10개로 확대"
당진어시장 등 3곳 방문객·매출 늘자 '러브콜' 잇따라
전통시장과 겹치는 품목 안팔고 고객 쉼터도 설치
이마트 "2018년 상반기까지 상생스토어 10개로 확대"
동대문 경동시장은 1960년 경기도와 강원도 농민들이 한약재와 농산물을 가져다 팔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본관 신관 별관 등 3개 건물에, 점포 수 730여 개, 하루 방문객 7만 명에 이른다.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인회에는 해묵은 고민거리가 있었다. 190개 점포가 들어갈 수 있는 신관 2~3층 절반이 비어 있다는 것. 해결할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주로 물건을 사는 젊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상인회는 고민 끝에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이마트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여기도 와달라” 40여 곳 입점 요청
지난 7월 상인회는 이마트가 당진 구미 안성 등에 문을 연 ‘노브랜드(이마트 자체상표) 상생스토어’를 유치하고 싶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석 달간 협의를 거쳐 25일 이마트와 경동시장, 동대문구는 ‘경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개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연내 문을 여는 상생스토어에선 경동시장의 주력상품인 신선식품을 제외한 노브랜드의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게 된다. 30~40대 ‘엄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어린이 놀이터, 고객 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충남 당진어시장,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 경기 안성맞춤시장 등 세 곳에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뒤 시장을 찾는 방문객과 시장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등 활성화하자 전국의 전통시장으로부터 입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부산 대구 마산 강원 등 전국 40여 개 시장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는 현재 3개인 상생스토어를 내년 상반기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규제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
상생스토어의 성공은 ‘규제를 피할 수 없다면 규제 속으로 들어가자’는 이마트의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당진어시장에 상생스토어 1호점이 문을 연 지난해 8월 이마트의 전국 점포 수는 147개로 정점을 찍었다.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강력한 출점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선 도봉산 북한산 이외엔 점포를 낼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마트는 규제를 탓하기보다 규제의 보호 대상인 전통시장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비어 있는 전통시장 내 공간을 찾아 점포를 내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겹치지 않는 노브랜드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상생스토어에선 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상인들도 대형 유통업체와의 ‘동거 우려’를 조금씩 거둬들였다.
◆시장 따라 맞춤형 매장 ‘적중’
이마트는 상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에 각 시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추가해 점포를 내고 있다.
구미 선산봉황시장은 상생스토어와 시장 내 청년창업가게인 청년몰이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방문객이 상생스토어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청년몰을 거치도록 동선을 짰다. 상생스토어 개점 이전 11개에 불과하던 청년몰의 가게는 21개로 늘어 지금은 빈 공간을 찾을 수 없다.
이달 경기 여주 한글시장에 문을 여는 상생스토어는 일부 공간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이것도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의류 잡화 화장품 등 공산품이 주력인 여주 한글시장엔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대신 패션 잡화 담배 국산주류 등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안성맞춤시장의 상생스토어는 시장 내 빈 공간이 없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화인마트’ 매장 절반에 노브랜드 매장을 여는 방식으로 상생과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지금은 본관 신관 별관 등 3개 건물에, 점포 수 730여 개, 하루 방문객 7만 명에 이른다.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인회에는 해묵은 고민거리가 있었다. 190개 점포가 들어갈 수 있는 신관 2~3층 절반이 비어 있다는 것. 해결할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주로 물건을 사는 젊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상인회는 고민 끝에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이마트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여기도 와달라” 40여 곳 입점 요청
지난 7월 상인회는 이마트가 당진 구미 안성 등에 문을 연 ‘노브랜드(이마트 자체상표) 상생스토어’를 유치하고 싶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석 달간 협의를 거쳐 25일 이마트와 경동시장, 동대문구는 ‘경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개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연내 문을 여는 상생스토어에선 경동시장의 주력상품인 신선식품을 제외한 노브랜드의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게 된다. 30~40대 ‘엄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어린이 놀이터, 고객 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충남 당진어시장,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 경기 안성맞춤시장 등 세 곳에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뒤 시장을 찾는 방문객과 시장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등 활성화하자 전국의 전통시장으로부터 입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부산 대구 마산 강원 등 전국 40여 개 시장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는 현재 3개인 상생스토어를 내년 상반기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규제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
상생스토어의 성공은 ‘규제를 피할 수 없다면 규제 속으로 들어가자’는 이마트의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당진어시장에 상생스토어 1호점이 문을 연 지난해 8월 이마트의 전국 점포 수는 147개로 정점을 찍었다.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강력한 출점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선 도봉산 북한산 이외엔 점포를 낼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마트는 규제를 탓하기보다 규제의 보호 대상인 전통시장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비어 있는 전통시장 내 공간을 찾아 점포를 내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겹치지 않는 노브랜드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상생스토어에선 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상인들도 대형 유통업체와의 ‘동거 우려’를 조금씩 거둬들였다.
◆시장 따라 맞춤형 매장 ‘적중’
이마트는 상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에 각 시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추가해 점포를 내고 있다.
구미 선산봉황시장은 상생스토어와 시장 내 청년창업가게인 청년몰이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방문객이 상생스토어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청년몰을 거치도록 동선을 짰다. 상생스토어 개점 이전 11개에 불과하던 청년몰의 가게는 21개로 늘어 지금은 빈 공간을 찾을 수 없다.
이달 경기 여주 한글시장에 문을 여는 상생스토어는 일부 공간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이것도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의류 잡화 화장품 등 공산품이 주력인 여주 한글시장엔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대신 패션 잡화 담배 국산주류 등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안성맞춤시장의 상생스토어는 시장 내 빈 공간이 없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화인마트’ 매장 절반에 노브랜드 매장을 여는 방식으로 상생과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