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할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다음달 15~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할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세계 최정상급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가 다음달 국내 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베를린필 무대에서는 예술감독 사이먼 래틀이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RCO 공연에서는 지난해 음악감독에 취임한 다니엘레 가티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인 말러의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조성진이 들려줄 라벨과 50대 중반에 들어선 가티의 말러 교향곡 해석이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베를린필과 조성진의 ‘라벨’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베를린필 공연은 다음달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베를린필 내한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영국 출신의 래틀은 2019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는다. 이번 공연은 그가 베를린필을 이끌고 진행하는 마지막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독일 악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베를린필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래틀의 지휘를 거치며 범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며 “솔리스트 못지않은 뛰어난 연주자들이 모여 강렬한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은 조성진이 협연하는 첫날 공연에 쏠리고 있다. 원래는 중국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왼팔 건초염 증상으로 무산됐고, 조성진이 ‘대타’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연주곡도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로 바뀌었다.

조성진은 ‘쇼팽 위너’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라벨에도 능통하다. 그는 2009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이 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2015년 RCO와도 이 곡을 협연했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쇼팽 위너’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성진의 예술적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기에 적합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벨 관현악의 전문가인 래틀과 이 작품을 함께하고 베를린필 데뷔를 독일 작품 이외의 레퍼토리로 시작한 것도 의미있다”며 “훗날을 기약하게 할 만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50대 가티가 들려줄 ‘말러 4번’

2년 전 이반 피셔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내한 연주해 화제를 모은 RCO는 다음달 15~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황 평론가는 “RCO는 목질 느낌이 강한 네덜란드 특유의 목관 연주로 따뜻하고 유려한 느낌을 준다”며 “울림이 풍부한 콘세르트허바우 공연장에 맞춰 소리가 잘 조율돼 있는 만큼 비슷한 느낌의 롯데콘서트홀과도 잘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내한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가티는 마리스 얀손스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부터 RCO를 이끌고 있다. 로열필하모닉, 프랑스국립관현악단, 취리히오페라하우스 등의 수석지휘자를 지낸 그는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첫날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한 평론가는 “추진력과 강력함이 공존하는 말러 연주가 기대된다”며 “중후한 연주 효과를 추구하다가 큰 그림을 종종 놓치기도 했던 젊은 시절의 가티식 말러 지휘와 56세가 된 현재의 지휘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비교해봐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날엔 말러에 앞서 첼리스트 타티아나 바실리바와 함께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도 들려준다. 이튿날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프랑크 페터 짐머만과 함께 협연하고, 브람스의 ‘교향곡 1번’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