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도전했다 쓴맛 본 '안드로이드 아버지'
구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전 구글 부사장(사진)이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쓴맛을 보고 있다. 자신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내놓은 첫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자 출시 두 달 만에 가격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루빈이 설립한 스타트업 이센셜이 지난 8월 출시한 ‘이센셜 PH-1’의 판매 가격을 699달러에서 499달러로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699달러를 주고 이 제품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다음달 15일까지 200달러를 보상해주거나 가족 친구들이 다른 제품을 살 때 이 액수만큼 할인해준다. 이번 가격할인은 미국에만 한정됐다.

이센셜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스마트폰을 몇 대 팔았는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판매량이 이번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루빈은 2004년 안드로이드를 창업해 2005년 구글에 매각한 뒤 약 8년 동안 구글 내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이끌었다. 2014년 퇴사 뒤 하드웨어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을 공동 운영하면서 스타트업 이센셜을 세웠다. 지난 8월 선보인 이센셜 PH-1은 루빈이 독립해 개발한 첫 스마트폰이다. 회사 측은 티타늄과 세라믹 재질로 만들어 알루미늄을 사용한 애플 아이폰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애플이 장악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테크크런치는 “삼성과 애플이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신규 스타트업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비슷한 성능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이 정도 가격 인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