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캠페인 美 정·재계로 확산… 차기 대권주자 워런도 피해 경험 밝혀
'제2의 와인스틴 되나' 영화감독 토백, 30여 명 성추행 의혹
미국 할리우드 영화감독 겸 극작가인 제임스 토백(72)이 지난 10여 년간 여배우 30여 명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미국 영화계와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운데 '제2의 와인스틴' 사건이 터질 조짐이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기성 여배우와 배우 지망생을 포함해 38명의 여성이 토백한테서 여러 형태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성추행은 호텔 방과 촬영장, 공개된 장소 등에서 오래도록 반복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라고 LAT는 전했다.

피해자들은 토백 감독이 인터뷰나 오디션을 하겠다며 호텔 방에 불러들여 신체 부위를 접촉하는 방식 등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 아드리앤 라벨리는 "2008년 한 호텔 룸에서 토백 감독이 자신의 하반신을 내 허벅지에 문지르며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토백 감독은 LAT 보도에 "해당 여성들을 접촉한 적이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토백은 1991년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에 오른 워런 비티,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 '벅시'의 각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시에나 밀러 등이 주연한 '프라이빗 라이프 오브 모던 우먼'의 메가폰을 잡아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 초청받았다.

토백은 칸영화제와 LA 비평가협회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뉴욕대학 등에서 영화 강의를 맡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와인스틴 추문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미투(#Metoo)' 캠페인이 미국 정계와 경제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는 여성 연방 상원의원 21명에게 와인스틴 사건과 유사한 성폭력·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으로부터 그런 경험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중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법학 교수로 임용된 후 동료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경험을 방송에 밝혔다.

워런은 "한 고참 교수가 내 외모에 대해 야한 농담을 던지더니 하루는 자기 사무실에 오라고 했다"며 "그는 문을 닫은 후 나에게 달려들었고, 내 몸에 손을 대기 위해 책상 주위로 나를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집에 어린아이들이 있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라고 외치며 도망쳤다"면서 "내 사무실로 돌아와 몸을 떨며 '내 어떤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나' 하고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패스트푸드점을 상대로 '최저 시급 15달러' 운동을 주도했던 국제서비스직노동조합(SEIU)의 스콧 코트니 부위원장이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내부 고발이 접수돼 직무 수행이 일시 정지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