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문을 연 '래미안DMC루센티아'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을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전형진 기자
지난 13일 서울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문을 연 '래미안DMC루센티아'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을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전형진 기자
요즘 모델하우스에선 때아닌 ‘OX 퀴즈’가 유행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귀하는 세대주인가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났나요?’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셨나요?’ 등의 질문에 답하면 된다. 1순위 청약자격을 자가진단하는 퀴즈다.

한화건설이 서울 영등포동에서 문을 연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에 등장한 청약자격 체크리스트. 전형진 기자
한화건설이 서울 영등포동에서 문을 연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에 등장한 청약자격 체크리스트. 전형진 기자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이달부터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바빠졌다. 일부 수요자를 제외하면 바뀐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알리는 게 분양현장의 주업무가 됐다. 사전 체크리스트를 배포해도 결국엔 일대일 상담을 통해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변경된 청약제도가 서울에서 처음 적용된 아파트의 경우 상담업무 대부분이 청약자격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단지의 시공사 관계자는 “청약자격을 묻는 고객의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분양가나 단지 여건에 대한 문의가 많았던 이전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1순위 자격을 간단하게 체크해 보는 데만 예닐곱 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1순위에서도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이 갈린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 비(非)조정대상지역의 요건이 모두 다르고 복잡하다 보니 분양이 잦지 않은 지방으로 가면 부동산 담당 기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약가점제는 더욱 혼란스럽다. 확대 적용된 지 2주가 지났지만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예비청약자들은 “그런 건 잘 몰라요”라고 반응한다. 가점제 확대 시행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부양가족과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기간을 따져봐야 하는 가점제는 당사자가 아니고선 제대로 된 계산을 할 수 없다. 모델하우스 상담직원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아파트투유에서 인터넷청약을 할 때 청약자 스스로 가점을 입력하면서 발생한다. 조건에 따라 다른 부양가족수를 잘못 입력하거나 자신의 만 나이를 잘못 계산해 무주택기간 산정을 틀린 경우,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정확하게 쓰지 않는 경우 등 오(誤)기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가점을 잘못 쓴 상태로 당첨될 경우 부적격당첨자로 분류돼 조정대상지역 기준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된다. 결국 청약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이다. 무지가 불러오는 화(禍)다.

최근 강남에서 분양했던 아파트가 선착순 분양까지 갔던 배경도 늘어난 부격적자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단지의 시공사 관계자는 “통상 20% 수준이던 부적격당첨자의 비율이 30%로 크게 늘어났다”며 “판매엔 문제가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에 놀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청약제도가 대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지났고 최근에도 부분적인 개정이 이뤄지면서 지속적인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수요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책 홍보를 건설사들만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