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정책을 집행하는 주무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국가보조금도 위법적으로 집행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쏟아졌다. 콘텐츠지원사업 권한이 콘진원에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사업권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콘진원 국정감사에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콘진원의 연구개발(R&D) 과제 363개 중 연구계의 불공정 경기라고 하는 ‘셀프과제’가 55개에 달했고, 전체 예산 3127억원 가운데 3분의 1인 959억원을 이들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셀프과제’란 연구 과제의 목적, 세부내용에서부터 평가 기준까지 설정한 사람이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해당 과제를 스스로 수주하는 것으로 불공정행위로 간주된다. 이 의원은 ‘셀프과제’ 중 13건은 ‘정책지정’이라는 편법을 사용해 선정평가를 거치지 않고 특정 기관에 일감을 몰아줬으며 지원금 규모가 395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콘진원의 연구개발사업평가관리지침에 따르면 평가위원은 평가대상 과제의 주관 및 참여기관에 소속되거나 과제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14억4000만원을 지원한 특정 연구용역은 경기과학기술대 모 교수가 해당 연구과제의 기획에서부터 연구, 평가에도 참여했다고 이 의원은 언급했다. 기획 때는 경기과학기술대 교수 신분으로, 과제 수행 때는 본인이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 소속으로, 평가 때는 다시 교수 신분으로 세 번이나 부당하게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연구계의 ‘셀프과제’는 연구능력보다 해당 공무원 등 담당자와의 친분에 의해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콘진원은 공정경쟁과 기회의 평등을 위해 ‘셀프과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은 이날 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콘진원이 콘텐츠사업 국고보조금을 위법적으로 집행한 사례가 85건에 달했으며, 미환수금이 12억5200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원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인 노코드(양주시 소재)는 2013년 만화콘텐츠맞춤형 제작지원사업에 따라 4억5000만원을 콘진원이 지원했지만 지원금을 사용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차은택 관련 사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콘진원에 집중된 콘텐츠 지원사업을 덜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은택 관련 부당지원사업에 개입한 콘텐츠코리아랩 사업은 콘진원이 아니라 새로운 운영기관이 맡아야 하며 문화산업 집행기관인 콘진원이 가치평가까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