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 봉급 적어…1년간 돈 모아서 관심사 추구할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청년 시절 자신의 위치와 인종적 정체성을 자문하고, 지역사회 운동가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담긴 연애편지가 공개됐다고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에머리대학 로즈도서관이 이날 공개한 9통의 편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학 시절 여자친구인 알렉산드라 맥니어에게 1982∼1984년 사이에 보낸 것으로 모두 30페이지 분량이다.

맥니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컬럼비아대로 편입하기 전에 다녔던 캘리포니아 주 옥시덴탈 칼리지 동문이다.

이들 편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기까지 추구했던 삶의 과정에서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대학 측은 "매우 서정적이고 시적인 편지"라고 묘사했으나, 내용을 보면 연인 사이의 흔한 로맨스보다는 '청년 오바마'의 고민이 더욱 두드러진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984년 편지에서 "내 생각은 학교에 있을 때만큼 확고하지가 않다.

그러나 그 생각은 직접적이고 무게가 있어 내가 관찰자보다는 참가자가 될 때 더욱 유용해질 수 있다"고 썼다.

당시 컬럼비아대를 마치고 '국제비즈니스기업'이라는 회사를 다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사에서 모두가 내 등을 후려치고 있다"며 원하지 않은 직장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역사회 운동의 봉급은 지금 내가 살아가기에 너무 적다.

그래서 1년 동안 전통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해서 충분한 돈을 모으고 그다음에 내 관심사를 추구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맥니어와의 이별로 향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1983년 편지에서 "내 감정에 대해 혼란을 느끼지만 너를 종종 생각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계속 원할 것 같다.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또 그게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여자주인공 되기'(Becoming a Heroine)이라는 책의 뉴욕타임스 서평을 오려 편지로 보내는 등 다정한 면모를 보인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안드라 길리스피 에머리대 교수는 AP에 "오바마의 연애 전략 중 일부"라면서 "자신의 초기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그들이 '지적인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즈메리 머기 로즈도서관장은 "이 편지는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는 젊은 남성의 여정을 이야기한다"며 "오바마는 그 시기는 물론 장차 자신의 특별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