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언더파 이상 10언더파도 가능할 겁니다.”

PGA 투어 코스 디렉터 데니스 잉그램(63)은 PGA 투어 대회장 코스만 20년 책임진 잔디 전문가다. 투어가 열리는 세계 각국 대회장을 돌아다니며 세계 최고 수준의 코스를 만들어내는 게 그의 일이다.

국내 첫 PGA 투어 대회인 CJ컵 나인브릿지 대회장인 클럽 나인브릿지 코스도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18일 나인브릿지에서 만난 그는 “페어웨이 잔디 길이와 러프, 퍼팅 그린만 봐도 대략의 스코어가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그가 처음 왔을 때 코스는 대회를 치르기 어려운 상태였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잔디가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퍼펙트’한 상태다. 보통 골프장의 세 배쯤인 80명의 관리요원이 밤낮으로 매달려 잔디를 살려내 PGA 규격에 맞췄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까맸던 머리가 하얗게 셌다”며 웃었다.

클럽나인브릿지는 페어웨이 잔디 길이가 6㎜, 러프 3㎝, 깊은 러프 8.5㎝로 깎았다.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은 그린이다. 빠르기와 경도를 날씨 변화에 맞춰 적당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

그는 “PGA 투어에 적합한 잔디 빠르기는 12피트(3.7m) 정도”라며 “하지만 날씨 조건에 따라 10에서 14까지 조절한다”고 말했다. 바람이 아주 강할 경우가 10이다. 빠른 그린에 바람까지 강할 경우 공을 그린에 올리는 자체가 어려워서다.

이번 대회 코스의 그린 빠르기는 12피트에서 12.4피트 정도로 만들 계획이다.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의 그린과 비슷한 수준이다. US오픈이 13피트 정도로 가장 빠른 편이다.

그는 그린 빠르기보다 그린 경도가 스코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단단함의 정도에 따라 그린에 공을 올릴 확률이 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회장 그린은 비가 내려 부드러워진 상태. 그는 “공을 그린에 잘 세울 수 있어 많은 버디쇼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이상이 나와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내다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해양학을 전공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인연으로 코스관리 전문가가 됐다. 33~34도의 고온에서도 잔디가 잘 자라게 하는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다.

“스타벅스에도 3000명이 넘는 토양학자들이 일하고 있어요. 커피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잔디 역시 섬세한 생물이라 첨단 기술은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정성이 필요해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저의 근무시간은 24시간입니다.”

서귀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