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플랫폼 적용으로 공간 확보, 반자율주행 기본 탑재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는 여러 제품군 중 유독 자동차 선택에 있어 자주 거론되곤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공산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탓도 있지만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은 것도 이유다. 그 중에서도 볼보차는 가성비에 있어 우위에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탄탄한 기본기에 이미 검증받은 안전에 대한 평판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신뢰를 주고 있어서다.

그런 볼보차가 최근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동안 쌓아 온 기본기에 품질과 디자인 등의 경쟁력도 충분히 독일차에 견줄만하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 중 볼보차의 2세대 XC60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경계선에 서 있다. 볼보차의 최다 판매차로, 성장뿐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성도 이끌 제품이기 때문이다. 2세대 XC60을 시승했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디자인
새 차는 신규 플랫폼인 SPA가 기반이다. 덕분에 길이는 45㎜, 너비는 10㎜ 각각 키웠고 높이는 55㎜ 낮췄다. 결과적으로 역동적인 자세를 구현했으며 휠베이스도 90㎜ 늘려 실내공간을 넓혔다. 신규 플랫폼이 디자인과 실용성, 두 가지 부분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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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볼보차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가 메인 디자이너로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얼핏 신형 XC90과 흡사하지만 디테일에서 차별을 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T자형 헤드 램프와 세로형 그릴로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갔다면, 헤드 램프는 날렵하게 다듬어 그릴과 이어지게 했다. 중후한 느낌의 XC90과 달리 젊은 기운을 불어넣은 것.

측면은 전륜구동이 중심임에도 후륜구동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이를 위해 앞바퀴를 90㎜ 앞으로 밀어 앞 오버행을 줄이는 대신 실내공간을 최대한 뒤로 배치하는 방법을 썼다. 몸통을 흐르는 주요 라인은 전면 그릴로 이어지게 만들어 시선을 집중하게 한 것도 특징이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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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은 구형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이어받았다. 세로형 리어 램프는 신형에서 'L'자형 으로 바꿔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좌우 헤드 램프 사이를 잇는 '빔'과 그 위의 'VOLVO' 레터링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안전을 표현한다.

실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우드트림, 브라운 색상의 나파 가죽 소재를 적용한 시트 등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볼보가 끊임없이 얘기해 온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조금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드트림의 이음새를 스웨덴 국기 모양의 브릿지로 표현한 부분에서 디테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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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과 공조 시스템 등 각종 인포테인먼트 정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통합형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는 세로형으로, XC90과 동일하다. 터치스크린으로도 조작이 가능해 간편하며 디자인 경쟁력도 있다. 계기판 중앙의 TFT 모니터로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기어 노브 뒤에 있는 엔진 스타트 레버와 주행모드 레버는 개성적인 요소다.

2열의 공간은 넉넉하다. 신장 185㎝의 성인남자가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은 불편함이 없다. 4존 공조 시스템의 제어도 가능하며, 좌석 밑에는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노트북이나 서류 등 간단한 소품을 둘 수 있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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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및 승차감
먼저 가솔린차인 T6 인스크립션을 탔다. 4기통 2.0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320마력, 최대 40.8kg·m의 성능을 낸다. 복합효율은 ℓ당 9.4㎞다. XC90과 동일한 엔진으로, 수치만 봐도 출력과 토크가 풍부하다. 게다가 덩치가 작은 XC60과 만나니 몸놀림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초반 가속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까지 스트레스가 전혀 없고,물 흐르듯 부드럽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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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 자동변속기는 효율보다 주행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8단의 변속시점이 100㎞를 훌쩍 넘어야 해서다.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수동으로 변속이 가능하지만 이를 수월하게 해주는 패들시프터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한 편으로, 요철 충격이 엉덩이로 어느 정도 전해지지만 불편하진 않다. 승차감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R디자인 트림에만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을 활성화한 상태에서는 차선을 조금만 벗어나도 운전대에 전해지는 이질감이 상당히 커서 적응이 필요하다. 급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에서의 몸놀림은 SUV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수준급이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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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인 D4의 경우 최고 190마력, 최대 40.8㎏·m의 성능이다. T6와 토크는 같지만 출력에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초반 가속 이후에는 T6와 비교되지만 D4 자체만으로 뒤지는 주행실력이 아니다. 효율은 ℓ당 13.3㎞로, 3등급에 해당한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 II'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차간 거리와 속도, 차로의 중심을 정확히 유지해 달린다. 정체가 이어지는 올림픽대로 구간에서 빛을 발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할 일은 30초마다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터치하면 되는 정도다. 옆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안정적으로 제동하며, 완전히 정차한 후에도 가속 페달에 답력을 주면 다시 활성화된다. 약 10㎞에 달하는 구간을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고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자율주행이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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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차가 자랑하는 안전 시스템 '인텔리세이프'에는 조향 지원을 통한 '충돌회피지원기능' 세 가지를 추가,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도로이탈완화 기능과 맞은 편에서 접근하는 차의 충돌회피도 가능하다. 이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승]프리미엄으로 진화한 볼보차 2세대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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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디자인 경쟁력과 활용빈도가 높은 반자율주행 시스템 등은 이 차의 중요한 선택요소로 충분하다. 주력트림의 판매가격이 동급 독일차에 버금가지만 이는 각종 안전 편의 시스템 등 고가의 품목을 기본으로 갖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으로 불릴만한 요소를 대부분 장착한 것.

판매가격은 D4 6,090만~6,740만 원, T6 6,890만~7,540만 원, T6 R디자인 7,400만 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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