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마음속 지출·예산·투자 계좌 만들면 지름신 퇴치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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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심적 회계
심적회계는 기업 회계장부처럼 마음속으로 만든 장부
프레임·항목·기간에 따라 이익이나 손실 다르게 생각
자신의 재무적 의사결정 방식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 연결
비합리적 소비 줄이는 노력해야
심적회계는 기업 회계장부처럼 마음속으로 만든 장부
프레임·항목·기간에 따라 이익이나 손실 다르게 생각
자신의 재무적 의사결정 방식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 연결
비합리적 소비 줄이는 노력해야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일러 교수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함께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통한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런 행동의 결과가 어떤 현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탐구하는 경제학이다.
정통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불변하며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비합리적 존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합리적일 수 없는 인간을 설명하려면 ‘제한된 합리성’으로 인간 행동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로서 세일러의 업적 중 대표적인 것이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다. 심적 회계는 기업의 회계장부처럼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자신의 지출, 예산, 투자 등과 관련해 심리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회계장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문화된 여러 원칙과 규약을 따른다. 그러나 심적 회계에는 이런 원칙과 규약이 없다. 인간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세일러는 심적 회계의 세 가지 작동 원리를 제시했다. 첫째는 프레임에 따라 같은 이익(손실)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재킷과 계산기를 사러 상점에 갔다고 치자. 재킷은 125달러, 계산기는 15달러였다. 그런데 점원이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다른 상점에 가면 재킷과 계산기 모두 5달러씩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경우 정통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면 20분 시간의 가치와 5달러를 비교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것이다. 재킷과 계산기 모두 20분에 5달러이기 때문에 다른 상점에 가든지 말든지 같은 선택이 이뤄진다. 행동경제학에선 결과가 다르다. 카너먼의 실험 결과 다른 상점에 가서 재킷을 사겠다는 사람은 29%인 데 비해 계산기를 사러 다른 상점에 가겠다는 사람은 68%에 달했다. 125달러에서 5달러를 절약하는 것보다 15달러에서 5달러를 아끼는 것을 더 크게 느낀 까닭이다. 세일러는 이를 재킷과 계산기의 원래 가격인 125달러와 15달러를 준거점으로 삼은 프레임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통 경제학이 가정하듯이 재킷과 계산기의 원래 가격뿐 아니라 두 제품의 할인 가격이 5달러로 같다는 점까지 관련 요인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프레임을 따랐다면 재킷과 계산기에 대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 원리는 심리 계정 항목이 다르면 같은 손실(이익)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연장 앞에서 50달러짜리 티켓을 사려는데 50달러 지폐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며칠 전 50달러짜리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러 왔는데 그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람들은 그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티켓을 살까. 카너먼의 실험에 따르면 전자에선 티켓을 사겠다는 사람이 88%인 데 비해 후자에선 46%에 그쳤다. 두 경우 모두 손실은 50달러로 같지만 심리계정 항목은 다르다. 전자는 심리계정 항목이 공연과 무관한 일반적인 손실에 대한 것이고, 후자는 공연 관람비 계정이다. 전자에선 ‘재수가 없어서 돈을 잃어버렸지만 공연은 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후자에선 ‘공연 보려고 결국 100달러나 써야 하나’라는 생각에 망설이는 것이다.
셋째 원리는 심적 회계를 하는 기간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뉴욕 택시운전사 사례가 유명하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뉴욕 택시운전사들은 하루 매상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그날 영업을 중지하는 사람이 많다. 손님이 많아서 돈벌이가 잘되더라도 하루 목표액만 벌면 영업을 끝내는 것이다. 심적 회계 기간이 하루인 셈이다.
직전 결과와 현재 의사결정할 내용을 묶어서 심적 회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세일러가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직전에 한 도박에서 30달러를 딴 경우 9달러를 따거나 잃을 확률이 각각 50%인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70%,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30%로 나타났다. 직전 도박에서 30달러를 잃은 경우엔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40%,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60%였다. 직전 결과에 따라 위험선호 성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직전 도박에서 잃은 원금(30달러)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면 위험선호 성향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30달러를 딸 확률이 33%이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확률이 67%인 조건이라면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60%로 ‘도박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10달러를 받는다’를 선택한 사람(40%)보다 많았다.
자신의 재무적 의사결정 방식과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를 연결지어 생각해보고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줄이는 노력을 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정통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불변하며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비합리적 존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합리적일 수 없는 인간을 설명하려면 ‘제한된 합리성’으로 인간 행동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로서 세일러의 업적 중 대표적인 것이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다. 심적 회계는 기업의 회계장부처럼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자신의 지출, 예산, 투자 등과 관련해 심리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회계장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문화된 여러 원칙과 규약을 따른다. 그러나 심적 회계에는 이런 원칙과 규약이 없다. 인간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세일러는 심적 회계의 세 가지 작동 원리를 제시했다. 첫째는 프레임에 따라 같은 이익(손실)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재킷과 계산기를 사러 상점에 갔다고 치자. 재킷은 125달러, 계산기는 15달러였다. 그런데 점원이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다른 상점에 가면 재킷과 계산기 모두 5달러씩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경우 정통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면 20분 시간의 가치와 5달러를 비교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것이다. 재킷과 계산기 모두 20분에 5달러이기 때문에 다른 상점에 가든지 말든지 같은 선택이 이뤄진다. 행동경제학에선 결과가 다르다. 카너먼의 실험 결과 다른 상점에 가서 재킷을 사겠다는 사람은 29%인 데 비해 계산기를 사러 다른 상점에 가겠다는 사람은 68%에 달했다. 125달러에서 5달러를 절약하는 것보다 15달러에서 5달러를 아끼는 것을 더 크게 느낀 까닭이다. 세일러는 이를 재킷과 계산기의 원래 가격인 125달러와 15달러를 준거점으로 삼은 프레임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통 경제학이 가정하듯이 재킷과 계산기의 원래 가격뿐 아니라 두 제품의 할인 가격이 5달러로 같다는 점까지 관련 요인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프레임을 따랐다면 재킷과 계산기에 대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 원리는 심리 계정 항목이 다르면 같은 손실(이익)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연장 앞에서 50달러짜리 티켓을 사려는데 50달러 지폐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며칠 전 50달러짜리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러 왔는데 그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람들은 그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티켓을 살까. 카너먼의 실험에 따르면 전자에선 티켓을 사겠다는 사람이 88%인 데 비해 후자에선 46%에 그쳤다. 두 경우 모두 손실은 50달러로 같지만 심리계정 항목은 다르다. 전자는 심리계정 항목이 공연과 무관한 일반적인 손실에 대한 것이고, 후자는 공연 관람비 계정이다. 전자에선 ‘재수가 없어서 돈을 잃어버렸지만 공연은 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후자에선 ‘공연 보려고 결국 100달러나 써야 하나’라는 생각에 망설이는 것이다.
셋째 원리는 심적 회계를 하는 기간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뉴욕 택시운전사 사례가 유명하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뉴욕 택시운전사들은 하루 매상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그날 영업을 중지하는 사람이 많다. 손님이 많아서 돈벌이가 잘되더라도 하루 목표액만 벌면 영업을 끝내는 것이다. 심적 회계 기간이 하루인 셈이다.
직전 결과와 현재 의사결정할 내용을 묶어서 심적 회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세일러가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직전에 한 도박에서 30달러를 딴 경우 9달러를 따거나 잃을 확률이 각각 50%인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70%,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30%로 나타났다. 직전 도박에서 30달러를 잃은 경우엔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40%,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60%였다. 직전 결과에 따라 위험선호 성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직전 도박에서 잃은 원금(30달러)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면 위험선호 성향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30달러를 딸 확률이 33%이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확률이 67%인 조건이라면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60%로 ‘도박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10달러를 받는다’를 선택한 사람(40%)보다 많았다.
자신의 재무적 의사결정 방식과 심적 회계의 작동 원리를 연결지어 생각해보고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줄이는 노력을 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