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관련 살수차를 조작한 경찰과 당시 경찰 지휘부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경찰 고위직 간부까지 기소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사진)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총경), 살수 요원인 한모·최모 경장 등 전·현직 경찰관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수사 결과는 백 농민 유족이 2015년 11월 고발한 이후 1년11개월 만에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 과정에서 살수차로 시위 참가자인 백 농민을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전 총경은 살수차 운용에 대한 지휘와 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경비 대책 문건을 보면 집회 관리 최종 책임자가 구 전 청장으로 명시됐고 무전 기록에도 서울청장 지시 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구 전 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살수 요원이었던 경장들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백 농민의 사망은 진료기록 감정과 법의학 자문 결과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규정했다.

다만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또 차벽 설치, 살수차 이용, 최루액 혼합살수 등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최고위직에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인 결정일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내놓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