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 권한내 '문제해소' 주문 해석한 것"…엇박자 시선 경계
"후임재판관 신속 임명 후 소장 지명…국회, 소장임기 입법미비 해결해야"

靑 '헌재 권한대행체제' 논란확산 선긋기… "헌재와 입장차 없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와 재판관 공석에 우려를 공식 표명하면서 청와대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청와대가 헌법재판관들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찬성 입장을 현 체제 유지의 근거로 든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감 보이콧' 수모를 당한 김이수 권한대행에게 사과까지 하며 예우했는데도 헌재가 청와대와 엇박자로 비칠 입장을 밝혀서다.

청와대는 17일 헌재의 입장 표명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간 채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석인 재판관 1인을 조속히 임명하고, 9인 체제가 구축되면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헌재소장 지명에 앞서 국회가 먼저 소장 임기와 관련한 입법 미비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특히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이 청와대와 다르지 않다며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직접 헌재소장 임명을 촉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판관 입장문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문제를 해소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청와대와 헌법재판관 입장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관 8명은 전날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조속히 임명절차가 진행돼 헌법재판소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청와대에 공석인 재판관과 헌재소장 인선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의 입장 표명은 헌법재판관들의 찬성 의견을 근거로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결정한 청와대의 논리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애초부터 헌재와 청와대 간 소통에 혼선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헌재가 지난달 18일 재판관 간담회 후 재판관 전원이 권한대행 체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식 헌재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임시로 김이수 재판관이 대행을 맡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었으나, 청와대가 이를 헌법재판관들이 권한대행 체제에 찬성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헌재의 입장표명에도 청와대가 '국회의 입법 미비 후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청와대는 이미 할 말을 다 했다"며 "국회가 헌재소장 입법 미비 문제를 해결하면 바로 헌재소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신임 헌재소장으로서 새로 6년의 임기가 시작된다는 해석과 기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입장 변화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임기 논란이 있는 헌재소장을 먼저 임명하기보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해 헌재의 9인 체제를 완성한 뒤 그중 소장을 임명하는 기존 로드맵을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입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를 거듭 압박하고 나설 공산이 작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예정이며, 9인 체제가 구축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 소장을 지명할 것"이라며 "또 국회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법률안을 갖고 있어 그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을 바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저희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헌재소장 임명 관련한 여론이 있고 그런 입장문이 나와서 문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서 논의를 거쳐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와 일부 여론의 요구가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혀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참모들과 이 문제를 놓고 별도로 토론하는 자리를 갖고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김이수 권한대행의 임기 만료 시점인 내년 9월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청와대는 어떤 정치적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헌재의 대행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그분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것도 합헌이고,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한 다음 그분들 가운데 헌재소장을 지명하는 것도 합헌"이라며 "두 가지 모두 가능한데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고 결심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관이 5명인데 헌재소장 임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하려면 인사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 임기 문제를 해소해줘야 인사권의 범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임 재판관을 지명하고 그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것도 방법"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헌법재판관 중 소장을 지명하게 한 입법 취지는 재판관으로서의 경험과 경륜을 살려 헌재소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사실상 내년 9월까지 대행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때 청와대가 반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무적 노력으로 설명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 정색하고 발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재 입장문은 이런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이기도 하고, 국회에 대한 요구이기도 할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는 것은 시각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는 이 문제를 대통령의 인사권과 법리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