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서도 안보와 공공 목적의 지상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6호의 발사가 1년 이상 늦춰졌다. 위성의 ‘눈’역할을 하는 영상레이더 부문에서 에어버스와 LIG넥스원의 부품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아리랑 6호를 통해 수명이 다하는 아리랑5호를 대체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한반도 주변의 지상을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된 레이더 위성인 아리랑 6호가 제때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안보 공백도 우려된다.

◆안보 공백 생기나

15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버스와 LIG넥스원은 아리랑 6호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13개월 가량의 납품 연기를 요청했다. 당초 두 회사는 지난 7월까지 합성영상레이더(SAR)의 안테나와 제어장치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개발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내년 8월로 연기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사업의 의사결정기구인 아리랑6호 추진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아리랑 6호 개발 완료 일정을 2019년 8월에서 2020년 9월로 13개월 연기했다. 위성 발사 일정도 최대 2021년 3월까지 늦추기로 러시아 로켓업체인 국제발사체서비스(ILS)와 합의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위성 핵심 장비를 처음으로 국산화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시행착오가 발생했다”며 아쉬워했다.

방산업계에선 이번 개발 차질로 국가 위성 활용에 차질이 발생한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발사돼 2018년까지가 수명(5년)인 아리랑 5호를 대체하기위해 아리랑 6호를 2019년까지 투입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아리랑 5호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아리랑 6호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2006년 발사된 아리랑2호도 기존 수명(2009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천후에도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위성은 아리랑 6호가 유일하기 때문에 후속 위성의 발사가 늦어질 경우 국가 안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명을 연장한 위성이 조작원의 실수로 갑자기 기능이 정지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아리랑6호에는 기존 위성과 달리 광학카메라 대신 SAR라는 영상레이더가 달려있다. SAR은 마이크로파(波)를 지표면에 쏴서 되돌아온 신호를 측정해 위성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수증기층을 뚫고 땅 위를 정밀하게 볼 수 있다. 기존 아리랑5호의 식별 능력은 지상 1m단위로 승용차와 버스를 구분하는 정도였지만 아리랑6호는 0.5m단위로 우주에서도 의자의 종류나 차종까지 식별할 수 있다.

아리랑 5호와 아리랑 6호는 모두 민간 위성으로 분류돼 정부 각 부처에 영상자료를 제공한다. 레이더로 관측한 지상 영상을 활용해 지진 피해를 파악할 수 있고 도심의 지형을 파악해 도시 정책을 입안하는데도 활용된다. 하지만 일부는 안보 목적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할 때에도 기존 아리랑3호가 핵실험 시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상공을 날았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 분석에 필요한 사진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아리랑6호는 국가정보기관도 주요 수요처이다보니 가동이 늦어질수록 북한 감시 역량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D‘활력’ 잃지 말아야

이번 개발 지연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군정찰위성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국방부는 2020년대초 발사를 추진하는 군 정찰위성에 SAR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는 데, 기술검증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항우연은 영상레이더 제어장치 납기지연의 책임을 물어 LIG넥스원에 최대 100억원 가량의 지체상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 역시 영상레이더용 안테나를 제때 납품하지 못한 에어버스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전망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비록 지체가 됐지만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리랑6호의 나머지 본체 개발은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체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맡았고 위성 자세를 조정하는 추진장치 개발은 ㈜한화가 맡았다.

방산업계에선 이번 개발 지연으로 신기술 도전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활력을 잃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리랑6호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 이어 날씨와 관계없이 우주에서 지상 관측이 가능한 나라가 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실패 경험이 쌓여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연구개발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에선 고급 기술의 국산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안대규/박근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