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따라 세율 조정해야"
유류세 논란 다시 불붙어
15일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가격 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2.6원 오른 L당 1504.57원을 기록했다. 8월 첫째 주부터 반등한 이후 11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1402.6원)보다 101.97원 높은 수준이다. 서울은 L당 16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경유 평균 가격도 1295.18원을 기록하며 3월 넷째 주(L당 1294.67원)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이 7개월 만에 L당 1500원대를 넘어서면서 유류세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휘발유값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깝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L당 1500.5원인 주유소 판매 가격 중 유류세가 882.8원으로 59%에 이른다. 유가가 포함된 정유사 공급 가격은 37%(551.4원)이며, 유통비용 및 주유소 마진은 4%(66.3원)에 불과하다. 경유의 유류세 비중도 50%(646.6원)에 이른다.
유류세는 유가와 상관없이 부과된다. 휘발유에는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과 교통세의 26%인 주행세, 15%인 교육세까지 합쳐 745.89원의 고정 세금이 붙는다. 주유소 판매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휘발유 1L에 부과되는 전체 유류세는 870원을 웃돈다. 국제 유가가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휘발유값은 L당 9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다.
경유도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75원으로, 휘발유보다 낮을 뿐 주행세와 교육세 부과 비율은 같다. 경유는 528.75원의 고정세를 포함해 L당 638원가량이 유류세다.
전문가들도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가가 오를 때는 세금을 내리고 떨어질 때는 다시 원래대로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휘발유와 경유는 서민 경제의 필수 재화”라며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일본처럼 탄력세율을 자동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휘발유 가격이 특정 금액을 넘으면 탄력세율을 자동으로 적용한다. 3개월 연속 휘발유 소매 평균가가 L당 160엔을 넘으면 자동으로 L당 53.8엔이던 유류세가 28.7엔으로 낮아진다. 반면 3개월 연속 L당 130엔을 밑돌면 53.8엔으로 회복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유류세 전반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