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2015년 기준)은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라고 한다. 근로자 한 명이 창출하는 시간당 부가가치가 31.8달러로, 미국(62.9달러·8위)의 절반에 불과하다. 고령인구가 많은 일본(41.4달러·19위)과 비교해도 77%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비교가 가능한 24개국 중 꼴찌다. 또한 중소기업 생산성이 대기업의 29.7%에 그쳐,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도 꼽혔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기업이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생산성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린 반면, 중소기업은 전혀 그러지 못한 탓이다. ‘구조조정 미흡→저생산성→저임금→우수인력 외면→생산성 저하’의 악순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다. OECD도 해마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지적하며, 규제를 풀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선 귀담아듣는 이가 없다.

노동생산성(산출량÷노동투입량)을 끌어올리려면 자동화투자 등을 통해 ‘분자(산출량)’를 키우거나, ‘분모(노동투입량)’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정책자금을 풀고 대기업을 규제한 결과, 정부 의존증만 키웠다. 중소기업 지원책이 270여 개에 달하고, 대기업으로 크면 250개 제약이 가해져,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조차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만연해 있다.

게다가 앞으로 생산성을 더 떨어뜨릴 요인이 즐비하다. 생산성은 답보상태인데 내년 최저임금은 16.4% 뛰고,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도 예고돼 있다. 생산성 증가를 넘어선 임금 상승을 감당키 어렵거니와, 지금도 인력난인데 근로시간까지 규제하면 중소기업은 존립마저 위태로울 것이다. 자발적 구조조정이나 혁신 노력은 더욱 요원해진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며 중소기업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에 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근원적인 진단이 절실하다. 진단이 부정확하면 처방도 효과를 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