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자동차를 만들 때도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투영한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사용상 불편한 요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기능을 위해 거침없이 파격적인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평범함과 무난함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프랑스 브랜드가 낯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호불호가 강한 디자인과 달리 제품과 성능의 기본기는 항상 출중하다. 이런 프랑스 기본기에 정점을 찍은 차가 바로 '2017 올해의 차' 푸조 3008이다. 3008은 SUV로 향하는 푸조의 도전이자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차다. 3008 중 최상급인 2.0 GT를 경험했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디자인&상품성
3008은 푸조의 디자인 개성을 집약했다. 완성도가 상당하다. 잎뒤 램프 디자인은 푸조 브랜드임을 한눈에 각인시킨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조로우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그릴 상단 라인은 헤드 램프로 나아가며 다소 위로 올라가 사자의 공격적인 모습과 닮았다. LED 램프를 사용한 헤드 램프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같은 라인에 위치한다. .

옆모양은 전면 벨트라인이 1열과 2열을 지나 트렁크까지 이어진다. 2.0ℓ GT는 크롬커버 외부 미러와 19인치 보스톤 다이아몬드 휠, GT 엠블럼을 적용했다. 부분적으로 크롬몰딩을 사용하고도 세련된 느낌을 표현했다. 측면의 C와 D필러 사이 디자인은 3008을 더욱 완성도있게 표현한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뒷모양은 간결하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들어간 면발광 후미등을 썼다. 간결한 LED 브레이크등의 디자인은 앙증맞다. 범퍼 상단은 크롬몰딩 처리를 했고 하단에는 2개의 배기구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임의의 배기구 커버를 덧댔다. 실제 배기구는 범퍼 아래 안쪽에 숨겨져 있다.

실내는 최상위 트림인 만큼 알칸타라와 퀼팅, 스티치를 곳곳에 적용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각종 스위치류의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다. 시트의 착좌감은 역동적이다. 앞좌석 전동식 럼버서포트는 4웨이 방식과 마사지 기능이 있다. 시동을 끄면 에어가 빠지고 시동을 걸면 복원된다. 오너드라이브용 중형 SUV로는 만족스러운 앞좌석 구성이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이전의 푸조는 컵홀더가 작아서 불편했지만 3008은 컵홀더 용량을 키웠다. 또 도어트림과 기어 노브 근처의 수납공간이 좀 더 실용적인 크기로 바뀌었다. 도어트림 포켓 내부의 마감에도 신경썼다. 각종 스위치류의 조작감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LCD를 이용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인성도 훌륭하다. 다만 국내에는 미적용인 계기판 내의 내비게이션 기능 연동은 아쉬운 부분이다.

운전자보조 시스템은 기본이다. 따라서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운전자주의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파크 어시스트 시스템 등을 탑재했다. 전동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핸즈프리 자동식 테일게이트 등의 편의품목도 마련했다. 이는 국산차의 고급 트림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이어서 푸조가 3008의 상품성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성능
3008의 기본기 매력은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이다. 파워트레인은 블루 HDi 4기통 2.0ℓ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18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도로 위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2.0ℓ 디젤 엔진이 뿜는 힘을 노련하게 단련시켜 일상적인 주행에서 아주 가벼운 몸놀림을 구현했다. 여기에 SCR 방식을 사용해 유로6에 대응했다.

디젤 엔진의 또 다른 장점은 효율이다. 시승기간동안 정체없는 고속화도로에서는 ℓ당 26.3㎞, 다소 정체가 있는 시내에선 9.3㎞의 효율을 기록했다. 차이가 극명하지만 한적한 고속도로를 규정속도 이내로 정속주행하면 꽤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고속주행 시 시속 100㎞는 1,450rpm 부근에서 발생했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변속기는 고속주행중 급정거를 시도하면 엔진 브레이크 모드가 활성화해 줄어드는 속도영역에 맞춰 저단 기어로 바꾼다. 비록 6단이지만 운전자는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고효율 운전과 다이내믹한 고속운전 상황을 적절히 타협하며 즐길 수 있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 억제는 수준급이다. 디젤 엔진 자체의 진동과 소음을 잘 처리했고, 엔진에서 운전대까지 전달되는 진동 저감도 상당하다. 일상 주행에서 하체는 노면의 충격을 각 부싱들이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으로 흡수하면서도 스프링과 댐퍼의 몸놀림은 경쾌하다. 푸조의 서스펜션 설계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2.0ℓ GT에는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이 빠져 있어 아쉽다.

브레이크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며 초기 응답과 짧은 시간 반복적인 2차, 3차 응답에도 제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시승]프랑스 기본기의 정점, 푸조 3008 2.0 GT

▲총평
3008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핸들링 등에 있어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을 고루 지녔다. 중형 SUV를 고른다면 구매목록에 올려 놓을만 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3008과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차가 너무 많다. 결국 푸조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프랑스차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로 추려질 가능성이 높다.

판매가격은 4,990만 원이다.

박재용(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