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11일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11일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미국에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일단 사업을 할 수 있게 놔둡니다. 규제는 기업과 시장이 커진 뒤 문제가 생겼을 때 해도 늦지 않아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나중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입니다.”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은 11일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주도한 지한파 의원으로 유명하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실리콘밸리가 포함된 캘리포니아 17지구에서 내리 8선을 한 정보기술(IT) 전문가이기도 하다. 나노 과학 개발법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해 왔다. 지난달 한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스가 새로 설립한 벤처캐피털(VC) 스파크랩스 벤처스의 자문으로 임명돼 한국을 찾았다.

◆“규제는 기업이 커진 뒤에 해라”

혼다 전 의원은 정부 규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예를 들었다. 우버는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행법 위반으로 2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그는 “한국에선 우버 같은 기업이 사업을 하면 정부가 먼저 규제를 적용한 뒤 차츰 허용하는 방향이지만 미국은 그 반대”라며 “문제가 생기는 것은 기업이 커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유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버의 등장으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부를 수 있고 요금도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 우버 운전기사로 활동하며 수익을 얻는 사람도 증가했다. 택시 업체들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운전자에 대한 보험이나 초과 수당 등의 문제도 생겨났다. 미국 주정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 등록, 신원 확인 등 다양한 규제책을 내놨다. 혼다 전 의원은 “자라나는 싹에 햇빛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표현했다.

선한 의도로 만든 법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정부나 의회 등 정책 입안자들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예로 들었다. 엔론 부정회계 사건을 계기로 2002년 제정된 이 법은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혼다 전 의원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마련한 법인데 신기술과 신산업에 적용되면서 스타트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상황을 낳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상장(IPO)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리콘밸리는 혁신 사고 집합체”

혼다 전 의원은 실리콘밸리가 자리잡은 새너제이에서 60년 넘게 살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샌타클래라 카운티는 딸기가 많이 나는 농업지대였다”고 회고했다. 실리콘밸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대학에 창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꼽았다. 그는 “최고의 인재가 모이면서 창의성을 중시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이 같은 문화가 50년 넘게 이어지면서 현재의 실리콘밸리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이 같은 혁신적 사고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