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가 대구 본사에서 국내 처음 개발한 모션제어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가 대구 본사에서 국내 처음 개발한 모션제어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아진엑스텍(대표 김창호)에 지난달 산업용 로봇 분야 세계 2위 기업인 일본 야스카와전기와 서보모터 분야 글로벌 기업인 파나소닉의 임원들이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저장성의 대표 기업 궈진로봇기술유한공사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저장성은 5년간 5000건의 로봇산업 육성에 5000억위안(약 86조원)을 투입하는 ‘55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5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에 세계적인 기업 관계자의 방문이 잦은 것은 아진엑스텍의 탁월한 기술력 때문이다. 1998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 가운데 세계 일곱 번째로 모션제어칩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모션제어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위치와 속도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칩 개발에는 기계·전자·컴퓨터공학, 알고리즘, 수학 전공자까지 관여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김창호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것은 1995년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창업 당시 36세로 외국계 보험사의 잘나가는 영업소장이었다. 보험 업무가 적성에 맞았지만 로봇공학을 전공한 동생의 제안에 겁없이 창업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이 세계를 제패했지만 이를 만드는 장비의 핵심 칩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데 형제가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국산화를 못 하면 한국은 영원히 기술 종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창업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모션제어칩을 수입해 모듈이나 시스템을 제작하는 기업은 있지만 국내에서 원천기술을 가진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김 대표는 “모션제어칩을 개발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정작 모듈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들이 중소기업 부품을 쓰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회를 맞았다. 산업계에 장비 국산화와 원가절감 바람이 불면서 벤처·중소기업들이 아진엑스텍 부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거래처가 500개로 늘었다.

김 대표는 “위기 때도 매출의 10~17%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전체 직원 81명 중 8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2013년에는 코넥스 상장 1호 기업, 이듬해에는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 1호 기업으로 등록했다.

2007년 하나의 칩으로 여러 개의 모터를 제어하는 고부가 제품을 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반도체 증착장비 제어기를 개발해 반도체 전(前)공정시장에도 진출했다.

올 상반기 1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 한 해 300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산화 이후 모션제어칩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데 보람을 느낀다”며 “향후 로봇시장이 급성장하면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