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팀 트리니다드토바고 상대로 1-2 충격패

전 세계가 '메시 없는 월드컵'이라는 '이변' 가능성에 주목했던 11일(한국시간) 이변은 남미가 아닌 북중미에서 나왔다.

무난하게 본선 진출이 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미국이 약팀 트리니다드토바고에 발목을 잡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지역 최종예선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번 마지막 경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중미 국가 가운데 본선 직행이 가능한 3위에 자리했으나, 이날 충격적인 패배로 단숨에 5위로 내려앉으며 본선 직행은커녕 대륙간 플레이오프 기회마저 날아갔다.

미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지난 1986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북중미 최종예선 6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트리니다드토바고에게 당한 패배라 더욱 충격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9위인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번 경기 전까지 최종예선 9경기에서 1승 8패를 기록하며 다른 팀들의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해왔다.

FIFA 랭킹 28위인 미국은 이날 트리니다드토바고에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자신감이 지나쳤던 탓인지 초반부터 어이없이 무너졌다.

전반 17분 미국의 수비수 오마르 곤살레스가 상대 앨빈 존스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책골을 유도한 존스는 전반 37분 추가골까지 넣었고, 미국은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의 득점을 시작으로 후반전 거센 추격에 나섰으나 스코어를 뒤집지 못했다.

미국이 지더라도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희망이 살아날 수 있었는데, 다른 경기들도 모두 미국의 바람과 반대로 흘러갔다
4위였던 파나마는 이미 러시아행 티켓을 확보한 코스타리카를 2-1로 꺾고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고, 5위였던 온두라스는 역시 본선 진출이 확정된 멕시코에 3-2로 이겨 미국보다 승점 1을 더 쌓으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었다.

이날 자책골을 넣은 오마르 곤살레스는 "오늘 우리가 미국 전체를 실망시켰다"며 고개를 떨궜고, 브루스 어레나 미국 대표팀 감독은 "동점골을 넣지 못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참패를 시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