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세계 대상포진 백신시장을 독점하던 글로벌 제약사 MSD의 아성에 도전한다.

SK케미칼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사진)의 최종 판매허가를 획득했다고 9일 발표했다. 2012년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대상포진 백신 상용화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다. 시장에 나와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MSD가 2006년 출시한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다. SK케미칼은 곧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연내 국내 병·의원에 공급할 계획이다.

스카이조스터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ZV) 독성을 최소화한 뒤 살아 있는 채로 주입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의 생(生)백신이다. 바이러스를 가열하거나 화학처리를 통해 비활성화해 주입하는 사(死)백신보다 필수 접종 횟수가 적어 환자 편의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 스카이조스터의 임상시험은 고려대구로병원 등 8개 의료기관에서 만 50세 이상 성인 8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SK케미칼 측은 임상시험 결과 안전성뿐만 아니라 MSD의 조스타박스에 뒤지지 않는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800억원 규모의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이어 세계시장 진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억85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달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 가격이 고가인 만큼 향후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백신 개발을 위해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자해왔다. 2012년에는 경북 안동에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한번 접종으로 네 가지 독감 예방) ‘스카이셀플루4가’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적 백신이 국내 기술력으로 탄생한 것”이라며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을 추가 개발해 백신 주권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조스터의 시판 허가로 한국은 필수예방접종 백신, 대테러 백신 등 주요 백신 28종 중 절반인 14종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게 됐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