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가 확정된 금호타이어가 이르면 연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9일 채권단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사가 끝나는 대로 금호타이어를 재매각할 계획이다. 늦어도 이달 말부터 1~2개월간 실사할 계획이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매각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실사의 명분은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니 상황을 파악해 정상화 방안을 도출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재매각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조기에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건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 △부실화한 중국 사업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채권단 체제하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기업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배경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해 ‘다른 대기업 계열사를 넘보지 않는다’는 불문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다.
효성, SK, 금호석유화학 등이 벌써부터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효성은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다만 ‘형제 회사’인 한국타이어와의 관계가 변수다.
금호석유화학도 타이어 주재료인 합성고무를 금호타이어에 공급하는 최대 공급처여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형(박삼구 회장) 대신 동생(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선대 사업을 되찾는다’는 명분도 있다. SK그룹도 석유화학과 국내 2위 렌터카 사업(SK네트웍스)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기업으로 꼽힌다.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존주주(채권단)가 아니라 회사로 새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살린다’는 명분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채권단의 대출금 회수를 위해 구주와 신주를 섞어서 매각하는 ‘하이닉스 방식’이 절충안으로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