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물류 공룡’의 본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의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프라임 회원 대상 이틀 내 무료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직접 배송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 혁신을 거듭해온 아마존이 UPS 페덱스 등 대형 운송업체가 주도해온 물류배송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새 배송시스템 ‘셀러플렉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셀러플렉스’로 불리는 새로운 배송시스템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웨스트코스트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제3의 도매 공급업자 물류창고에서 배송상품을 가져와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해당 서비스를 2년 전 인도에서 시작했다. 미국에선 올해 시범운영을 거친 뒤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UPS, 페덱스, 미국 우정공사(USPS) 같은 전문 운송업체를 통해 상품을 배송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물류회사와의 협업을 이어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마존이 배송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은 신규 배송시스템에서도 기존 배송업체와 협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배송단가가 비싼 기존 배송업체보다는 XPO로지스틱스나 JB헌트트랜스포트 같은 작은 회사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배송 현장에서는 물류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마스 등 주문이 몰려드는 때마다 제때 배송이 어려운 ‘물류 병목현상’에 시달렸다.

아마존은 이번 직배송 시스템 도입으로 물류난을 해소해 프라임 회원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연회비 9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전체 미국 가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500만 명가량에 달한다. 아마존은 지난 2분기 회원제 가입만으로 14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계속되는 물류 혁신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물류 혁신으로 요약된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대상으로 이틀 내 무료 배송을 하고, 뉴욕 등 대도시에서 2시간 안에 배송하는 ‘프라임 나우’를 선보인 것이 아마존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물류 혁신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 왔다. 미국 전역에 180개 물류창고와 59개 패키징센터를 확보했다. 지난 6월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 인수를 통해 431개 유통 허브를 추가했다.

3월엔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 2월엔 미국 신시내티를 항공 배송 허브로 삼고 15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자체 화물용 항공기를 20대가량 확보했으며, 총 4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개인 트럭·자가용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최근엔 고객이 아마존 사물함에서 직접 물건을 찾거나 맡길 수 있는 ‘라커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학가에서 우선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해 물류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185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12.3%에 달한다. 매출 규모가 늘어날 수록 배송비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2년매출 대비 배송비 비중은 8%였다.

아마존의 배송비가 증가한 것은 빠른 배송 전략 때문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 나이키 같은 독립 판매처들이 아마존 물류창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물류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 독립 판매처가 아마존닷컴을 이용해 판매하는 물량은 전체의 절반가량이다.

◆제3자 서비스로 확장 전망

시장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장기적으로 페덱스 UPS 등이 주도하고 있는 배송사업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이저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아마존의 저가 경쟁에 밀려 파산에 몰린 데 이어, 다음 타깃은 물류배송 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린 서배스천 베어드앤드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새 배송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아마존 이외의 기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자적인 물류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제3자 시장에 확산시킨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소매 업체들에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 인터넷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비용 절감을 무기로 배송 시장을 차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