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표들의 남다른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4명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일부는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해 어느 때보다 협치를 위한 물리적 여건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 정치에서는 서로 각을 세우며 올 정기국회 의사일정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당대표들의 고향은 공교롭게도 대구, 경남, 부산, 경북 등 모두 영남이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주호영(바른정당) 등 3당 대표는 고등학교를 모두 대구에서 졸업했고 사법고시(24회) 및 사법연수원(14회)을 함께 거친 법조계 ‘동기’이기도 하다.

원내 제1·2당 대표인 추 대표와 홍 대표의 인연은 남다르다. 추 대표의 고향은 대구다. 홍 대표도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은 달랐지만 사법연수원에서는 같은 반이었다. 정계에도 함께 입문한 ‘정치 동기’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홍 대표는 신한국당 총재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해 15대 국회에 입문하면서 여야로 갈렸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부산 출신인 안철수 대표를 선출했다. 안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여야 3당 대표들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권한대행은 추·홍 대표와 사법고시·사법연수원 동기지만 15년여간의 판사 생활로 인해 정치 입문은 다소 늦은 17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주 권한대행은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대구 능인고를 졸업하고 줄곧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지켜왔다.

추 대표는 이런 인연과 협치에 대한 바람을 담아 이번 추석에 ‘한돈 선물세트’를 카드와 함께 각 당대표들에게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탈당해 현재 국민의당에 몸담고 있는 옛 동료 의원들에게도 같은 선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 권한대행도 지리산에서 만든 천연 발효식초를 각 당대표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4당 대표들이 추석 선물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현실은 냉랭하다. 추 대표와 홍 대표는 추석 이후에도 ‘적폐 청산’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공방을 펼칠 태세다. 이번 정기국회 때 내년도 예산안 심사, 중점 법안 논의 등에서도 원안 관철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달리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