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서울 중심으로 전국 확대 계획
지난 주말 과천 중앙공원에서 만난 주부 하다원(37)씨는 네프론이 설치된 숲박스(SupBox)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재활용품을 갖고 와서 돈으로 환급받고 있다"며 "돈도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면에서 정말 좋은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네프론'은 재활용 가능한 빈 병이나 페트병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품목별로 분류해 수거하고 현금으로 적립해주는 인공지능(AI) 자판기다. '숲박스'는 네프론을 개발한 벤처기업 '수퍼빈'과 과천시가 운영하는 친환경 문화 공간이다. 오픈한지 5개월이 채 안됐지만 벌써 고정 방문객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숲박스에는 네프론을 비롯해 폐기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 환경 관련 영상 상영 공간이 있다. 특히 미니 네프론인 ‘수퍼비니’는 아이들의 친환경 교육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네프론은 지난해 9월 과천시민회관을 시작으로 과천시에만 4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현재 한 대당 하루 평균 이용 횟수는 400~500건. 주말에는 700건이 넘는다. 지난달엔 경북 의성군 아파드 단지에도 네프론이 설치됐다. 네프론 인기의 배경은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권리를 찾아준다는 것이다. 즉, 아무 생각없이 버리기만 했던 재활용 쓰레기를 돈으로 환급해준다는 얘기다.
수퍼빈을 창업한 김정빈 대표는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는 빈병 보증금이 한 해 6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에 놀랐습니다"라며 "재활용 쓰레기 처리 과정이 자동화 되면서 찾아가지 않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줄인 비용만큼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재활용 자판기 보급이 활발하다. 한국은 아직 보급 초기 단계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점을 간파해 2015년 6월 수퍼빈을 창업하고 재활용 자판기 국산화에 매진했다.
수퍼빈은 권인소 KAIST 교수로부터 휴보가 3D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이전받아 폐기물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뉴로지니'를 개발, 네프론 적용에 성공했다. AI가 적용된 재활용 자판기는 세계 최초다.
김 대표는 "해외 제품은 바코드를 읽는 형식으로 운영돼 재활용품이 훼손될 경우 인식 오류가 있었다"며 "네프론은 AI 기술을 활용해 용기 인식률이 95% 이상이며 적재량도 수입 제품 대비 120%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천시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설치됐던 네프론은 하반기부터 서울과 아파트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선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주민센터에 이달중 네프론 2대가 공급된다. 이어 내달초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네프론 3대와 2층 규모의 숲박스(가칭 수퍼빈스튜디오)가 설치, 운영될 예정이다. 수퍼빈은 청량리역과 전농동 사거리에도 숲박스와 네프론을 설치할 예정으로 현재 협의중이다.
경북 지역에도 네프론이 보급된다. 수퍼빈은 이달중 구미시에 네프론 총 6대를 공급할 계획으로 현재 시와 장소를 물색중이다. 이외에도 여러 지자체에서 설치 문의가 늘고 있어 네프론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네프론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AI 기술로 사회문제, 그중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라며 "이러한 시도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점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