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사 몰린 인천남동 "올 추석엔 유령단지 될 듯"
“추석엔 남동산단이 거의 ‘유령 단지’가 될 겁니다. 아예 오늘(9월29일)부터 쉬는 업체도 많아요”(남동산단 S사 대표)
수도권 국가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은 올해 유난히 긴 추석 연휴를 보낸다. 시흥상공회의소가 경기 시흥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추석 휴무 조사를 한 결과 응답업체 100곳 중 57곳은 10일을 모두 쉬고, 21곳은 9일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곳 중 78개 업체가 9~10일을 쉬는 셈이다. 그러나 긴 연휴를 맞은 중소기업인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경기 시화·반월(안산)산단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베이징현대의 판매 부진으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EPB)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금장은 올해 수주 물량이 작년에 비해 35%나 줄었다. 2009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설과 추석 연휴에 거의 쉬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열흘 모두 쉬기로 했다.
안명구 금장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매출이 매년 10% 이상 성장해 라인을 증설하고 추석과 설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주문량이 크게 줄어 수입이 감소한 일부 직원이 퇴사했다”고 말했다. 인근 자동차 조립용 너트 생산업체인 프론텍도 상황은 비슷했다. 프론텍 관계자는 “이제는 해외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다변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시화산단에는 짓다 만 건물이 꽤 눈에 띈다. 크레인 부품 제조업체인 H사의 K부장은 “공단에서 의욕적으로 기업을 유치했는데 경기가 나빠 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산단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A 업체의 J부사장은 “현대·GM대우의 협력업체가 45개 있는데 모두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회사가 어렵다 보니 협력업체 사장 모임에도 얼굴을 비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남동산단에서 30여 년간 살충제 제조 공장을 운영해온 K사장은 지난 8월 베트남에 가 공장 임대차 계약을 맺고 왔다. K사장은 “구인공고를 내 간신히 직원을 구해도 금방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는데, 내년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까지 주면서 애걸복걸 사람을 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시흥·안산=이우상/조아란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