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공동 명의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는 눈길을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기업인의 재산권과 경영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정비, 기업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경제정책 도입시 기업인 의사 적극 반영 등이 그렇다. 중국이 기업가 정신 고취에 나선 것은 둔화하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가 정신 강조는 중국 공산당의 진화과정으로 볼 때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기업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정책이었고, 장쩌민 시대 ‘3개 대표이론’은 기업인에 대한 공산당 입당 허용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신창타이(뉴노멀)’를 내걸고 기업가 정신을 외치는 건 또 한 번의 변화라고 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의 자본주의 학습이 기업활동 자유와 혁신 장려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신창타이는 곧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을 말한다. 저임 노동 기반의 ‘요소 주도 성장’에서 출발해 ‘투자 주도 성장’으로 질주하던 중국 경제가 ‘혁신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혁신 주도 성장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민간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환경이라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 공산당의 기업가 정신 강조는 규제 철폐, 지식재산권 보호, 국유기업 구조조정 등 일련의 개혁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혁신성장이 절실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데 기업가 정신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논란, 노동개혁 양대지침 폐기 등 노동시장 불확실성 증대와 더불어, 혁신을 가로막는 신산업 규제, 반(反)기업 정서 등으로 기업인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국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바로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전기차, 드론 등 신산업에서 중국의 질주는 눈부실 정도다. 어쩌면 중국은 혁신성장에서 이미 한국을 앞섰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