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해산을 선언하면서 일본열도가 본격적으로 선거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됐다.
지난 17일 중의원 해산 가능성을 알리는 언론보도가 처음 나온지 10여일만에 예정에 없던 선거 정국이 시작된 것이다.
의원내각제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는 총리 고유의 권한이다.
이 때문에 '총리의 대권(大權)'이자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불리고 있지만, 이번 해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명분 없이 갑자기 실시되는 '꼼수' 해산이라는 지적이 많다. ◇ 중의원 해산 절차 규정 없어…총리 원할 때 행사
28일 일본 헌법을 보면 총리는 일왕을 통해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어떤 때 행사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으니 총리는 원하는 때 해산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헌법 7조는 "일왕이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총리는 중의원 해산권을 갖고, 반대로 일왕은 중의원 해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
총리의 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해산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해산의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해산이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며 단행됐지만, 이번 해산은 해산을 결정한 뒤 명분이 만들어져 나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야권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지금이 해산의 적기라고 판단해 해산 카드를 던졌다.
가을 임시국회에서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의혹 제기를 피하려고 해산을 하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분의 용도 문제와 그간의 대북 대응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고 급조한 명분을 들이밀었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총리의 해산권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1년 총리가 해산을 결정할 때 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 국회 열자마자 해산 '변칙…과거 총선 사례는
이번 해산은 국회 개회와 동시에 해산을 선언하는 '모두(冒頭)해산'이다.
아베 총리가 모두 해산을 선택한데에는 그간의 모두해산의 결과가 모두 여당에 유리했던 만큼 이번에도 자민당에게 불리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1966년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실시한 '검은 안개 해산'에서 여권이 예상외로 압승을 거뒀고,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가 중의원 본회의를 열지 않은 채 해산을 한 '죽은 척 해산' 때도 기습 해산을 당한 야권이 참패를 했다.
1996년 사카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오키나와(沖繩) 기지 문제로 공격을 당하던 중 기습적으로 모두해산을 실시했는데, 압승을 거둬 자민당 독자 정권을 설립할 수 있었다.
다만 해산이라는 카드가 꼭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낳지는 않았다.
최근 사례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현 부총리 겸 재무상)는 2009년에는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떠밀리듯 해산을 선언했다가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해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주기도 했다.
그동안 중의원이 해산된 것은 현행 일본 헌법하에 22번 있었고 이번이 23번째다.
아베 정권은 지난 2014년 11월에도 해산을 실시해 이후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한 정권이 가장 많은 해산을 한 것은 4회나 해산을 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내각이었다.
전후 가장 단시간에 해산을 한 기록은 1954년 12월 10일 조각한 뒤 45일 뒤 해산한 1차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내각이 가지고 있다.
◇ 상하원 나뉜 日국회…중의원이 정권 존립 결정
일본의 국회는 중의원(하원)과 직능 대표 성격이 강한 참의원(상원)으로 구성된다.
중의원은 국가 수반인 총리를 지명하는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정권의 존립을 결정하는 기반 역할을 한다.
그만큼 참의원에 비해 갖는 위상이 크다.
형식적으로는 참의원도 총리를 지명할 수 있지만, 의견이 엇갈릴 경우 중의원의 결정을 따르게 돼 있는 만큼 총리 지명 권한은 사실상 중의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총리에 의해 해산이 가능한 중의원과 달리 참의원 의원들의 임기는 6년이 보장된다.
참의원 역시 중의원처럼 지역구 선거와 정당 투표를 통한 비례 대표 선출을 통해 구성된다.
선거는 3년에 한번 전체 의석수의 절반씩에 대해 실시된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