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에 4조 투자… 지분 15% 확보 가능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한·미·일 연합에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바메모리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회사다. 2~3년 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도시바메모리 지분 15%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총 3950억엔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구조는 크게 두 갈래다.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여기엔 IPO 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향후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 지분 15%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은 미국계 투자회사인 베인캐피털이 조성할 사모펀드(PEF)에 펀드투자자(LP) 자격으로 투자한다. 도시바메모리의 기업 가치가 오르면 투자 차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 지분 49.9%를 확보하게 된다. 매각 대금 일부를 재투자하는 도시바가 40.2%, 일본의 광학기기업체 호야가 9.9%의 지분을 보유한다. 전체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의결권 지분 50.1%를 가져가는 구조다. 미국의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형태로 투자한다. 총 인수자금은 2조엔(약 20조3000억원)이다.

이날 SK하이닉스의 투자 결정은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들 가운데 첫 공식 발표다. 계약서(SPA)의 세부 조건에 매각업체인 도시바뿐만 아니라 인수하는 한·미·일 연합의 구성원도 모두 합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도시바메모리 지분 15%를 확보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해외 기술 유출 등의 명분을 내세워 SK하이닉스의 지분 투자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전용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일본을 거쳐 미국을 방문한 뒤 돌아오는 일정이다. 최 회장은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등 회사 주요 경영진과 일본 금융권 및 정부 측 관계자들을 만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마무리 짓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엔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이동해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좌동욱/김보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