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대한 자위적 대응권리”를 주장하면서 유엔 헌장의 자위권 보장 조항이 재조명받고 있다.

유엔은 무력 사용 금지가 기본 원칙이지만 유엔 헌장 제2조 4항과 제51조에서 개별 및 집단 자위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별 자위권은 자국이 타국의 공격을 받으면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정당방위 성격이다. 집단 자위권은 특정 국가가 공격받았을 때 해당국의 동맹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자위권 행사 시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된다. 아울러 이 조치들은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안보리의 권한과 책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외무상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자위권 행사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각수 국제법센터 소장은 “남북한은 한반도에선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선 두 개의 국가로 인정받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자위권 관련 발언은 유엔 회원국임을 십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자위권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군 전략폭격기 B-1B의 북한 근처 공해상 출격에 반발해 미군 폭격기나 군함을 직접 요격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북한의 구식 재래식 무기체계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직접 괌 방향으로 발사할 가능성을 포함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