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 수뇌부가 잇따라 남북 간 우발적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한반도 상황 관리’의 중요성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해외 정상급까지 거들고 나섰다. 한반도에서 군사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4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날엔 강 장관이 상황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같은 날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치고 뉴욕을 떠나기 전 “미국의 선전포고로 자위적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강 장관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에서 쉽게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이(한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를 막도록 한국과 미국이 함께 빈틈 없고 견고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밤 미군 단독으로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쪽 공해상을 비행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이 벌어지자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재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상황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장관은 25일 서울에서 열린 통일교육위원 워크숍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주변국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