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21일 백암아트홀서
가수 양희은이 1991년 낸 앨범의 수록곡으로 최근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다시 사랑받고 있는 노래 ‘가을 아침’의 한 대목이다. 당시 20대였던 기타리스트 이병우(52)가 이 노래의 가사를 짓고 음악을 만들었다. 가사에서 ‘엉금엉금 냉수 찾는 게으른 아들’이 바로 이병우 자신이다.
지난 25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이병우는 “항상 그렇지만 ‘가을 아침’도 어떤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라기보다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만든 곡”이라며 “요새는 음악이 복잡하고 트렌디해지다보니 오래 전 노래가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병우는 1989년 첫 정규앨범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을 발표하고 약 30년 간 10장의 앨범을 내며 활동해왔다. ‘국내 1호 핑거스타일(멜로디와 리듬, 화음을 기타 한 대로 동시에 표현하는 주법) 기타리스트’로 불린다.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괴물(2006)과 해운대(2009), 관상(2013), 국제시장(2014) 등 30편에 가까운 영화의 음악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2013년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예술감독으로 예술적 소양을 세계에 드러낸 그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이병우가 다음달 20~21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솔로 콘서트를 연다. 11월엔 부산 해운대에서, 12월엔 경기 안산에서 공연한다. 콘서트 제목은 그가 지난해 발표한 새 앨범 이름이기도 한 ‘우주기타’다. “클래식에서는 모든 음 하나하나가 다 제 갈 길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기타에서는 다음 음이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없죠. 음끼리 충돌하기도 해요. 그런 비논리성이 기타의 매력이지요.”
이번 ‘우주기타’ 공연은 그의 기타연주 여정을 망라하는 ‘종합선물세트’로 꾸민다. 클래식 기타, 어쿠스틱 기타, 일렉트릭 기타를 모두 활용하고 자신의 창작곡과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음악 등을 다채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며 “그걸 공연할 수 있어서 늦게나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기타란 내가 살아가는 방법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한 때는 기타의 여섯 줄 모두를 각각 다른 회사 것으로 썼다고 한다. 오직 그 선이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옛 자신을 회상하며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그냥 아무거나 남는 줄을 써요. 그냥 제가 어디선 세게 치고 어디선 작게 치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지요. 사는 것도 똑같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는 사는 방식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가을밤 공연을 한창 준비 중인 그는 “관객 한 분 한 분의 인생에 다시 안 올 하루를 제가 기타로 장식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한다”며 “부담감도 많이 느끼지만 재미있게 들려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