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安대표 대선 후 첫 대면…원내대표 제외 '안보회담' 형식
'불참' 한국당 "사단장 사열하듯 보여주기식 정치쇼"…독대 요구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대표 간의 27일 청와대 회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청와대와 여야는 26일 세부 일정과 참석 범위를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여야대표 회동은 만찬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참석 범위는 정무라인에서 각 당과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회동 형식을 놓고는 오찬을 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부산 방문 일정을 감안, 만찬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대한 야당 일정에 맞춘다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고, 국민의당은 "만찬으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밝혔다.

참석 범위도 처음에는 원내대표까지 포함됐으나 국민의당에서 안보 문제에 한정해 각 당 대표 간 테이블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함에 따라 대표 회동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번 회동은 공식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외교'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까지 험난한 인사 정국을 마무리하고 여야 지도부와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협치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과 안철수 대표가 제대로 마주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출국 직전 안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안보이슈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협치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다면 장기적 협치 방정식이 여야 모두에 여전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단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회동에서 안보 문제에 있어 야당과 초당적 협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전해진다.

추 대표 측은 "여당 대표가 주도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협치의 중요성은 언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대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 출국 전부터 청와대 안보회동 필요성을 주장한 안 대표는 이번 만찬에서는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전면 교체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3선 중진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회동 의제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한 참석자는 "현재 외교·안보 인사들이 거의 활동을 못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전면 교체를 포함한 인사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안 대표가 설명했고 중진들도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핵 무장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핵 균형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과 일방적 대화 요구가 아닌 실질적 북핵 대책 마련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회의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며 "이런 원칙에 입각해 대통령과 여야 정당대표 회동에서 이런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5자 회동에 대해 '보여주기식 정치쇼'라고 비판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다.

홍준표 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번 청와대 회동은 (여야 지도부) 10명을 불러놓고 사단장이 사열하듯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정치쇼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화를 하려 한다면 일 대 일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나라 전체의 현안을 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야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진정성 없는 '쇼통'이라고 판단해 회동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보 상황과 같이 극도로 민감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면 비밀유지가 보장되는 단독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신영 설승은 박경준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