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수립에 일방적 목소리 담겨선 안돼"

정부가 25일 이른바 '쉬운 해고', '노동자에 불리한 사규 도입 규정 완화' 관련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밝히자, 재계는 당장 고용시장 유연성 위축 등을 걱정했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 들어 노사 정책이 전반적으로 노조 중심으로 '편향'될 조짐을 보인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폐기 방침을 발표한 2개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이하 취업규칙 지침)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정인사, 취업규칙 두 가지 지침을 통해 각각 저(低)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 등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범위를 넓히려고 시도했다.

당연히 노동계는 이 지침에 크게 반발했고, '양대 지침' 도입 추진은 결국 지난해 1월 22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번 지침 폐기에는 반대로 재계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들과 기업들은 공식 논평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현 정부의 노사 정책 논의가 일방적으로 노조 입장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로, 기업 협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정책으로 노사정 협의 채널이 구축돼 노동시장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 지침과는 별도로, 연공급형 임금체계(호봉제)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취업규칙 지침'이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호봉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을 위한 기반이었던 만큼, 지침은 폐기되더라도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성과연봉제 확산 분위기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10대 기업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정부 노동 정책의 '편향성'을 꼬집었다.

그는 "(지침 폐기로) 노동시장 유연성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노동 정책의 구체 실천방안과 로드맵을 짤 때 재계, 노동계, 관계 어느 한쪽의 일방적 목소리만 담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침 폐기가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데, 어떤 경제단체가 감히 노골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양대 지침 폐기는 양대 노총 등 노동계가 그동안 현안으로 정부에 가장 강하게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정부가 노사정위원장 인사에 이어 지침 폐기까지, 계속 '친노동'적 스탠스(입장)를 취하면서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등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3일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에 민주노총 간부 출신의 문성현(65)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위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