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의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도착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지난 19일 고려항공편으로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리 외무상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조연설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숙소인 유엔본부 앞 호텔에 도착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리 외무상은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켓맨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리 외무상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오는 22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북한 핵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제재를 비판하는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기조연설에 이어 23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뉴욕 체류 기간, 공개적인 외부일정보다는 제3세계 국가들과 비공개 접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 연합체 '77그룹(G77) 연례장관회의'의 22일 개회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도 관심사이나 양국 간 대립상황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 외무상은 다음 주 초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