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0년(회계연도 기준)부터 금융감독당국이 상장사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외부감사인을 지정받아야 한다. 상장사가 6개 사업연도에 걸쳐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뒤 이어지는 3개 사업연도에는 감사인을 지정받는 ‘6년 자유선임+3년 지정’ 방식이다.

다만 상장사 가운데 회계투명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우수 기업과 최근 6개 사업연도 동안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은 기업이 예외 대상이다. 추가 예외 대상은 시행령에서 추가로 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시 감사를 받는 금융회사, 해외 거래소 상장사, 일정 기간 내 감리받은 회사, 감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증선위가 인정하는 회사 등을 예외 대상으로 제안했다.

6년 자유선임+3년 지정 방식은 당초 금융위가 추진한 ‘선택 지정제’보다 강도가 세다는 평가다. 상장사가 3개 회계법인을 골라 제출하면 증선위가 이 중 한 곳을 지정하는 게 선택 지정제다. 도입 시기는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말까지 6개 사업연도 이상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기업은 2020년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아야 한다.

정부가 외감법을 손보기로 한 것은 회계 투명성 제고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기업이 감사 보수를 주고 외부감사인을 선택하는 현행 ‘자유 선임제’가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외감법 개정 방향을 두고 상장사와 회계법인 등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상장사들은 ‘계약의 자유 억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발생한 책임을 민간 기업에 전가하는 꼴이라며 회계 보수를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측은 “예전보다 한층 건강한 외부감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반겼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