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저하의 주범으로 꼽혀온 미국자동차노조(UAW·United Automobile Workers)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겨냥하고 있다. 1970년대 말 150만명이던 노조원이 40만 명대로 쪼그라든 UAW는 미국 남부 외국 자동차업체 공장들을 공략하다 실패하자 급성장 중인 테슬라 공략에 나섰다.
◆테슬라에 노조 설립 성공할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 15일 주 노동부 장관이 ‘공정하고 책임있게 근로자를 대우한다’고 확인한 자동차 업체에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주도록 하는 보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법 개정에 민주당 지지세력인 노조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2010년부터 전기차 등에 대당 2500달러(약 283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7년간 8250만달러(약 933억원) 상당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온 테슬라를 겨냥한 것이다. 테슬라는 최근 UAW로부터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에서 불공정한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격받고 있다. 근로자에게 근로 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얘기하는 걸 금지하는 등 폭넓은 비밀유지 서약에 서명하게 해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UAW는 인사부서가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특정 직원을 ‘감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1만여 명이 일하는 프레몬트 공장은 미국 자동차 회사 소유 공장 중에선 유일하게 노조가 없다. UAW가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소하면서 테슬라는 오는 11월14일 심리를 받게 된다.

테슬라 측은 “노조원 감소, 남부에서의 잇단 노조 설립 실패, 노조 지도자의 기금 오용 혐의 등으로 위기에 처한 UAW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슬라는 지난 7월부터 모델3 생산에 들어갔는데, 노조가 설립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테슬라의 판매는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홍콩 행정부가 올 4월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애자, 그 전까지 매달 수백대가 팔리던 테슬라는 그달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UAW가 겨냥한 프레몬트 공장은 노조 때문에 두 차례나 폐쇄됐던 곳이다. 1962년 제너럴모터스(GM)가 세운 이 공장은 1982년 한 차례 문을 닫았다. 노동자 5명 중 1명이 매일 휴가 등으로 결근했고, 강성 노조로 인해 공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거나 성행위를 한 근로자도 해고할 수 없었다. 1984년 도요타와 합작해 다시 문을 열었으나 2010년 또 폐쇄됐다. 이후 테슬라가 인수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남부에선 노조 설립 잇단 좌절

UAW가 테슬라를 먹잇감으로 찍은 것은 남부에서의 확장 전략이 잇따라 실패하면서다. 1935년 디트로이트에서 출범한 UAW는 1950년대까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공장에서 잇따라 파업을 선동하며 노조원을 불렸다. 1950년 빅3와 일명 ‘디트로이트 조약’을 이끌어내며 전성기를 맞았다. 임금 외에 유급휴가와 연금, 의료보험, 실업수당 등을 모두 받아낸 단체협약이다. 1979년엔 노조원이 15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 협약은 독이 됐다. 엄청난 비용 부담을 안은 빅3는 도요타 혼다 등에 시장을 내줬고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도 위기에 몰렸다. JP모간에 따르면 GM이 1985년부터 15년간 노조원 및 퇴직자의 연금과 건강보험에 쓴 돈은 1030억달러(약 116조5000억원)에 달한다. GM과 크라이슬러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회생했다.

이 와중에 임금 삭감 등을 거부한 UAW는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노조원은 2009년 35만 명까지 감소했다.

UAW가 조직 확대를 위해 선택한 것은 남부의 외국 자동차업체 공장들이었다. 도요타 등은 강성 노조를 피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남부에 공장을 세웠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BMW, 켄터키에는 도요타, 앨라배마에는 혼다와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테네시에는 닛산 폭스바겐, 조지아에는 기아자동차, 미시시피에는 닛산 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엔 모두 노조가 없다.

UAW는 2014년 폭스바겐의 테네시 공장에서 반대 712표 대 찬성 626표로 노조 설립에 실패했다. 지난달 닛산의 미시시피 공장에선 반대 2244표 대 찬성 1307표로 패배했다. 3년 전보다 표 차이가 훨씬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UAW가 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일자리만 위험에 빠뜨린다는 게 근로자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