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박모씨(38)는 요즘 ‘장보는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직접 마트에 가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고 대부분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한다.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부터 신선한 채소와 과일까지 밤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받아 볼 수 있다. 박씨는 “미리 사 놓은 재료가 아니라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써서 아침 식사 질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침 준비가 간편해진 것은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신선식품을 이른 시간에 배송해주는 데서 시작한 서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식품기업 편의점 택배업체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식품뿐 아니라 와이셔츠 등 새벽배송 상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림질된 셔츠도 새벽배송

지난 4월 택배업계로는 처음으로 간편식 새벽배송을 시작한 CJ대한통운(사진)은 최근 풀무원계열 올가홀푸드와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 아임닭&아임웰의 간편식 제품도 새벽배송에 추가했다. 기존에는 명가아침 등 30여 개 브랜드를 취급했다. 현재 간편식 새벽배송의 하루 이용 물량은 1200~1500상자 규모다. 서비스 가능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이지만 충청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간편식뿐 아니라 ‘위클리셔츠’와 손잡고 와이셔츠 새벽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위클리셔츠는 월정액(4만9000원대)을 내면 살균, 세탁, 다림질된 셔츠를 매주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의류 렌털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전날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받아볼 수 있다.

위클리셔츠는 그동안 비용 등의 문제로 서울지역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해왔다. CJ대한통운과 제휴하면서 서비스 지역을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물류비도 절감하게 됐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위클리셔츠처럼 자체 배송 인프라에 투자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에서 시작

과거 우유 정도에 그쳤던 새벽배송 품목을 식재료와 간편식 등으로 다양화한 것은 마켓컬리와 배민찬(옛 배민프레시) 등 스타트업들이다.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다양한 식재료와 간편식을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문 앞에 갖다 놓는다는 콘셉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설립 2년 만에 가입자 28만 명, 월 매출 50억원(지난달 기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유아동 전문관’을 만들어 이유식 기저귀 등으로 새벽배송 상품을 늘렸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찬과 동원그룹의 더반찬은 반찬에 특화된 새벽배송 업체다. 배민찬은 100여 개의 업체 제휴와 자체 브랜드를 통해 1000여 종의 반찬을 판매한다. 더반찬은 일반 가정에서 먹는 국, 반찬류 외에도 저염식, 저당식, 보양식, 다이어트식 등 건강식을 제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체인 GS리테일도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쉬를 통해 새벽배송 경쟁에 가세했다. 유명 베이커리 빵과 조리 식품, 과일 등 5000여 종의 상품을 새벽배송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새벽배송 서비스에 잇따라 나서는 이유는 장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와 간편한 소량의 먹거리를 찾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 상황이 원활해 배송시간의 불확실성이 낮은 것도 새벽배송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