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구로 사무소에서 만난 손성호 비트로시스 연구소장(사진)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소장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산림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산림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산림청 근무 당시 산삼 복제에 성공했고 사업화를 위해 2002년 비트로시스를 창업했다. 그동안은 연구와 경영을 함께 하느라 회사의 성장이 더뎠지만 지난해 박철수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뒤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비트로시스의 핵심 기술은 식물복제다. 손 소장은 “자연 상태의 식물은 번식하면서 유전 정보가 100% 똑같이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식물복제는 좋은 형질을 가진 식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산삼 배양근을 개발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자란 120년 된 산삼의 뿌리세포를 배양했고, 서울대연구소로부터 천연 산삼과 동일한 유전형질 및 사포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이제 사업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손 소장은 “인도네시아는 서울의 17배인 1200만㏊에 오일팜 나무가 심겨 있다”며 “이 정도 규모가 되면 기계로 나무를 자르게 되는데, 식물복제 기술로 만든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비슷해 기계 벌목이 용이하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임업 및 농업이 대형화되면서 식물복제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로시스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씨감자, 말레이시아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 복제식물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유칼립투스 바나나 아스파라거스 복제 묘목에 대한 공급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해외 사업들도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의료용 식물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도 끼웠다. 지난 7월 광동제약은 30억원을 투자해 비트로시스의 2대 주주가 됐다. 비트로시스는 광동제약과 식품·의약품 소재 탐색 및 천연물 연구개발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인삼 유래 성분을 이용한 면역증강 보조제 개발을 검토 중이다. 비트로시스는 해외 및 의약품 사업 확대를 위해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