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기조연설 앞당겨진 듯…맨앞줄서 트럼프 연설 청취 가능성도

오는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제72차 유엔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의 핵심 의제는 단연 '북핵'이다.

문재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원수 90명, 부통령 5명, 정부 수반 37명, 부총리 3명, 장관급 50여 명 등 190여 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핵심 의제의 진앙 격인 북한이 던지는 메시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17일(현지시간) 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리용호 외무상은 오는 22일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25일 기조연설이 점쳐졌지만 다소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유엔총회 연단에 오르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전임자인 리수용 현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통상 북한 측 기조연설은 자국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안 채택을 비판하면서 핵무장 능력을 과시하는 메시지를 되풀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별도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 대표부가 유엔총회장의 맨앞줄을 배정받았다.

따라서 이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19일)에 앞서 뉴욕을 찾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메시지 못지않게 관심사항은 북·미 접촉 여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는 21일 북한 핵·미사일 대책을 논의하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북·미 외교수장이 자연스럽게 유엔본부에 머무는 상황이 연출된다.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틸러슨 국무장관과 조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색한 만남은 가능하겠지만, 의미 있는 회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엔 관계자는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미 접촉은 어렵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며 "미국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조우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과 리 외무상은 지난달 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함께 참석한 바 있다.

그렇지만 틸러슨 장관이 환영 만찬에 불참하면서 북·미 외교수장의 만남은 불발됐다.

당시 일부 외신은 "틸러슨 장관이 리 외무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노력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