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표 악화에 초비상… 청와대, 관계부처 긴급 소집
청년 실업률이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개월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대책을 쉼 없이 쏟아냈지만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자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5일 각 부처에 따르면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일자리 관계부처의 과장급 담당자를 긴급 소집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이 9.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오자 서둘러 대책 회의를 연 것이다.

일자리수석실은 각 부처가 추진 중인 일자리 대책 시행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부처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이미 마련된 대책을 열심히 시행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처 관계자는 “대책들이 단기간에 실효성을 내기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 실업률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한 1991~1995년 출생아 수가 매년 70만 명대로, 이전 5년간 매년 60만 명대보다 연간 10만 명씩 많기 때문이다. 1991~1995년생은 이른바 ‘가족계획 완화세대’로, 정부가 1980년대 본격 시행한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자 1990년부터 가족계획사업을 완화하면서 태어났다.

인구 구조 외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오히려 고용지표를 악화시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같이 늘어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를 내면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실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도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자리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들이 일자리 양을 줄이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오히려 민간부문 고용 여건이 악화되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