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CEO' 24시] "현장 챙겨야 현안 풀린다" 김영주의 강행군
“현장을 뛰지 않고서는 승진을 바라지 마라.”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의 현장 강행군이 부처 내에서 화제다. 지난달 14일 취임식에서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한 이후 한 달간 1주일에 3~4일씩 지방을 돌고 남은 시간에 국회와 국무회의 일정 등을 소화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장관실을 지키는 시간은 1주일에 두세 시간도 안 된다. 웬만한 거리는 차 없이 도보로 돌아다녀 비서관들이 “체력이 달린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달 18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울산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했을 때부터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대개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노사 단체나 대기업 사업장을 찾는 관례를 깨뜨렸다.

대신 “산적한 노동 현안의 해결은 현장 행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근로감독관과의 면담으로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100여 명의 지방노동청 소속 상담원들과 모두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고 청사 밖에서 시위 중이던 석유노조 관계자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했다. 여기에 더해 “여섯 곳의 지방노동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말해 수행 비서들이 “일정이 촉박하다”며 말려야 했다.

최근 ‘현장노동청’ 개소식에서도 김 장관의 현장주의가 부각됐다. 고용부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춘천 수원 등 전국 9개 주요 도시에 노동행정 개선에 관한 시민의견을 접수하는 현장노동청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대개 장·차관들은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이런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 서울 지역 행사장에만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달 말까지 9개 현장노동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해 비서관들이 황급히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행사장에 가면 고위 참석자들은 ‘인증 사진’을 찍은 뒤 적당한 때 빠져나오는 게 보통인데 김 장관은 일단 가서 끝까지 듣고 본다는 식”이라며 “기능경기대회 등 각종 행사와 장애인시설, 직장 보육시설 등을 찾으면 장시간 머무르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대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실시한 첫 인사에서도 김 장관의 ‘현장 사랑’이 반영됐다. 오지 등 기피 부서 근무자를 대거 승진시켰고 나머지 본청 승진자들은 지방 현장 중심으로 배치했다.

관가에서는 김 장관의 현장 행보에 대해 정치인 특유의 친화력과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현장주의가 행정 스타일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 근로감독 강화 등 복잡한 노동계 이슈의 해법을 현장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밑바닥 소통으로 근로감독 체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강화한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노사 관련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일련의 행보가 노동계에 기울어진 모습으로 비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