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교수 “북한은 핵 보유국" 발언 파문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4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해 또 한 번 파문을 예고했다.

문 교수는 이날 오전 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능력 등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비록 현실은 이렇지만 우리로선 인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고, 이같은 상황 인식 하에 비핵화 전략을 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난 정부의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란 평소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보수 야당에서 제기하는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최선”이라고 반박했다. 문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를 협상 카드로 쓰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이는 오히려 핵위기를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며 “전술핵 공유를 위해선 미국과 별도의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미국에서 인준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북한처럼 돼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 낼 대안으로 ‘동북아 6자 안보 협의회’ 창설과 6자 정상회담 제도화 등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의 체제는 압박한다고 쉽게 망할 것 같지는 않다”며 “정상들이 만나서 얘기를 해야지, 차관급이 만나서 얘기한다고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 핵 동결을 전제로 한국과 미국의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 잠정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동결을 전재로 대화는 가능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어렵다”며 “동결이 어려우면 축소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이다. 그는 “앞서 (연합 훈련) 규모 축소란 발언을 했다가 엄청나게 시달렸는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모든 정책은 다 가능성을 열고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와 관련해선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니까 정부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도 생각이 있어서 말씀하시지 않았겠나”라고 언급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