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확대시 가격 및 서비스 경쟁 촉발로 소비자 후생 증대 기대
기존 유통망 반발 등 난제도 많아
우리나라에 단말기 자급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12년 5월이다.

그 전까지는 이통 단말기가 이통사를 통해서만 유통됐다.

해외에서 들여온 단말기를 별도 전파인증 등 절차를 거쳐 쓰는 경우가 있긴 했으나 극히 예외적인 사례였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된지 5년여가 지났으나 우리나라의 단말기 시장에서 자급제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히려 자급제가 대세다.

◇ 자급제가 대세…중국·러시아는 압도적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집계 추정치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 스마트폰 판매량 중 자급제의 비율은 8%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61%)보다 현격히 낮았다.

주요 국가 중 스마트폰 판매에서 자급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일본(5%)밖에 없다.

자급제 비율이 비교적 낮은 영국(26%), 브라질(38%), 미국(39%) 등도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훨씬 높았고, 중국(72%), 러시아(84%) 등은 자급제 스마트폰 판매량이 이통사 유통 판매량을 압도했다.

◇ 단말기 자급제로 경쟁 촉발 기대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자급제 확대 찬성론자들은 해외 사례와 이론상 장점을 들어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면 경쟁이 촉발돼 요금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조사나 유통업체끼리는 단말기 가격 경쟁을 벌이고, 이통사들끼리는 소모적 마케팅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요금 경쟁을 벌이리라는 기대다.

이렇게 되면 정책당국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추진해 온 알뜰폰 활성화도 보다 쉽게 달성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면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 요금 인하여력이 생기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통사가 쓰는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은 유통망에 주는 인센티브와 고객에게 주는 단말기 보조금이다.

'스팟정책'이나 '타깃점' 등 시장 혼탁의 요인이 돼 온 이통사들의 영업 행태는 단말기 자급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사라질 공산이 크다.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면 단말기 자급제 확대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소비자 불편·영세 유통점 처리문제 등 과제 산적

그러나 단말기 자급제 확대가 반드시 긍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소비자가 지금보다는 불편해질 수 있다.

지금은 이통 고객 대부분이 대부분 단말기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구매하며, 서비스 계약과 단말기 구매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단말기 수리나 반환 등도 이동통신 판매점에 맡기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자급제 단말기 구매 고객은 이통사가 아니라 전자제품 유통업체나 제조사에 사후서비스를 맡겨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유통의 92%를 책임져 온 기존 이통사 유통망의 반발도 문제다.

특히 정책 당국이 급격한 자급제 확대를 인위적으로 추진해 기존 유통망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또 유통업체들끼리 단말기 가격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다 보면 소규모 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들에 밀릴 수 있고, 그러면 '골목상권 고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휴대전화 판매업자 단체들은 최근 수개월간 업계 안팎에서 거론돼 온 자급제 확대안에 대해 '결사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골목상권 고사를 방지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등의 진출을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럴 경우 경쟁 촉발이라는 단말기 자급제 확대의 근본 목적이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