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폭언과 실언, 추태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혐오증을 부추기는 이런 행태에 여야가 따로 없다. 지도부가 앞장서기까지 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을 놓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 막말 비난을 쏟아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런 경우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결과가 나오자마자 본회의장에서 박수 치고 환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도 정치를 저질화하는 데 오십보백보였다. 정치적 입장과 판단을 떠나 헌재소장 공석 상태가 7개월 넘게 이어지게 된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청와대와 야당 간 힘겨루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김 후보자 개인이 느꼈을 당혹감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처신할 일은 아니었다. 이런 경박한 모습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더욱 등을 돌리게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빚어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은발(銀髮) 예찬’ 논란은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왜 제기되는지를 보여줬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강 장관에게 “하얀 머리가 멋있다. 여성들의 백색 염색약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저도 좋아한다”며 “외교가 그렇게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성적 비하이자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위중한 상황에서 이런 수준의 질문을 해댄다면 ‘국회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함량 미달 언행과 행동으로 국민을 질리게 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머와 전기톱, 쇠사슬, 최루탄까지 등장하면서 ‘동물국회’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상생’과 ‘협치’를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는 20대 국회라고 해서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 상식과 품격을 갖춘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