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안전 부문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스타 플레이어의 화려한 개인기보다 빈틈없는 팀 플레이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상대편의 공격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11명의 선수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그라운드를 누빈다. 하지만 이런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수비 실수가 골로 연결되는 경우를 본다. 때로 그 실수는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산업 재해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에 안전 관리를 잘해온 직장에서도 한 번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장에서의 실수는 작업자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하므로 안전에 실수나 양보란 없다.

듀폰의 안전·리스크 모형인 ‘브래들리 커브’는 조직의 안전 수준을 4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는 본능에 의해 안전을 지키는 단계, 2단계는 법규나 규정 등 관리 감독에 의존하는 단계, 3단계는 개인이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단계, 4단계는 팀원이 서로의 안전을 챙겨주는 단계다. 이는 안전문화가 완성되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책 중 하나가 법·제도 강화다. 그러나 법규로만 도달 가능한 안전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안전이나 교통안전을 소홀히 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높은 수준의 산업안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국 법·제도 정비와 개인의 실천을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안전의식이 몸에 배도록 해야 궁극적인 산업안전이 가능하다.

얼마 전 국내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 재해에서 보듯이 작업장에서의 실수는 회사 경영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경기 불황으로 저가 수주를 감수해야 하는 조선소는 협력업체에 비용과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기도 한다. 기업도 살리고 안전도 확보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안전에도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선업 경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산업 재해 중 사망 재해 예방에 특별히 집중하는 것이다. 사망 위험이 큰 제한 공간에서 화재 폭발 위험 등을 선별하고, 해당 작업에 한해서는 2중 3중의 안전조치와 함께 작업하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대안이 되겠다.

이런 작업은 가능하면 주중에 하는 게 좋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주중에 하던 방식대로 매뉴얼을 확인하며 안전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은 자원의 효율화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사망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도 가장 효과적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산재 예방을 위한 책임 주체와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행과 구조적 요인까지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 산업 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사망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실행제고를 위해서는 안전과 연관되는 부처들의 다양한 법·제도와 정책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동 전개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지금의 조선소와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에 경영과 안전의 공생 방안을 찾아 주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산업 현장의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기업을 살찌우며,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곧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권혁면 < 연세대 산학협력단 교수·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