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부대' 관련 원세훈 前원장 공모관계 규명 집중
'영장 기각' 양지회 전 간부도 재차 소환조사…영장 재청구 혐의보강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전 간부 등을 소환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후 2시 민 전 단장을, 오후 4시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를 각각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민 전 단장을 검찰이 소환한 것은 지난 8일 14시간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벌인 데 이어 두 번째다.

노씨는 지난 8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첫 조사를 받는다.

민 전 단장과 노씨는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민간인을 이용한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수십 개 운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소속 직원들이 민간인 외곽팀장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하고 관리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심리전단의 책임자로 외곽팀 운영을 총괄한 민 전 단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직·간접적으로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한다.

노씨의 경우 민간인 외곽팀장을 맡아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를 받고 양지회 회원들을 동원해 댓글 활동에 가담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 전 단장은 앞선 조사에서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관리했다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곽팀 운영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공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민 전 단장과 국정원 '윗선'의 공모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수사 상황에 따라 민 전 단장을 계속 조사하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상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박원순 서울시장 비판활동 등에 심리전단이 동원됐다고 밝힌 만큼 향후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이 사건으로도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 조작의 실행자격인 노씨는 지난 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국가를 위해 한 일"이라며 댓글 활동 자체는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의 흐름 등을 중심으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