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 범위' 토론회서 김강식 교수 주장
"숙식비 비중 큰 외국인 근로자가 더 수혜" 분석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기본급 외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행 제도에서는 오히려 고액 연봉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더 많이 보는 모순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12일 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최저임금 이대로 좋은가' 주제 토론회에서 실제 기업 8곳의 신입사원 연간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했다.

예를 들어 근로자 1천명 이상 규모 A사의 경우, 신입 근로자 B씨의 2017년 연간 임금총액은 3천940만 원이지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기본급과 최저임금 해당 수당)은 절반도 되지 않는 1천89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최저임금을 따질 때 고려되지 않는 정기상여금, 변동상여금, 각종 수당 등은 2천5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 신입사원의 경우 최저임금(시급)이 2020년 1만원까지 올라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이 인상되면, 그에 연동한 상여금과 수당 등도 같이 뛰어 연봉이 6천110만원에 이르게 된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영향으로 연봉이 2천만원 이상(2017년 3천40만원→2020년 6천110만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임금 구성의 기업 직원과 달리, 상여금·성과급·연장 근로수당 등 없이 기본급으로 연봉 1천600만원만 받는 근로자의 경우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도 연봉은 2천500여만원으로 인상 폭이 900만원 정도에 그친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범위를 현실화해 상여금, 수당, 복지성 급여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업종·지역별로 사업 여건, 지급능력, 생산성, 생계비 수준 등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하나의 최저임금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며 "업종·지역별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도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빠져 있어, 결과적으로 연봉 4천만원대 대기업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른다"며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만 협소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좁은 산입범위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와 비교해 내국인 근로자가 '역차별'받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비 등 간접 인건비를 내국인의 2배 이상 많이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숙식비를 포함할지 여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강식 교수 역시 C사(근로자 100~299인 규모 기업)의 사례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회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 D씨가 2017년 받는 임금(초과급여 제외)과 숙식비는 모두 3천370만원이지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1천870만원에 불과하다.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D씨가 회사에서 받는 임금과 숙식비 총액은 3천830만원으로 늘어난다"며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덕에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큰 혜택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