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한국 안전 더 걱정하지 않아…청와대보다 백악관 믿나"
차분히 답하면서도 '정곡' 찌르며 반박…질문한 의원 당황하기도
"총리의 언어 달라졌다" 평가…"아웃복서형 답변" 관전평 나와
대정부질문 데뷔한 이낙연 총리 '답변 스타일' 화제에 올라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독특한 답변 스타일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대정부 공세에 점잖은 태도로 차분하게 응수하면서도 이따금 정곡을 찌르며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전임자들과 대비되는 이 총리의 답변에 대정부질문을 듣는 여당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웃음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오랜 언론인 생활을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대변인직을 여러 차례 맡아 여의도의 정치언어에 가장 익숙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이 이런 색다른 대정부질문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의 예봉을 유연하게 흘려보낸 뒤 잽과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곧바로 빠른 스텝으로 빠져나오는 아웃복서같은 답변 스타일을 보였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국회에서 12일 진행된 둘째 날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총리는 첫 질문자인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전술핵 배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안보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지 "의원님만큼 저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에 이 의원이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하자 "전혀 안이하지 않다"고 맞섰고, 다시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정부는) 전혀 안이하지 않다"는 답변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이 의원이 '베를린 평화구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이 총리는 "평화협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명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이 전작권 조기환수의 위험을 지적하자 "이 역시 문 대통령의 발명품이 아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사이에 합의된 것이 한 글자도 바뀌지 않고 다시 프린트된 것이 이번 한미 공동선언"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첨단무기 대량구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왜 우리 정부는 이를 숨기나'라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무기 구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박 의원이)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 백악관을 더 신뢰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역공을 폈다.

이에 박 의원은 "그러나 지금 백악관 발표가 결국 다 맞지 않나.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말이 달랐을 때도 결국 어디 말이 맞았나"라고 반격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 김학용 의원의 질의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됐다.

김 의원이 '일본 총리는 시도 때도 없이 (미국과) 통화를 한다더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 와해 직전이다'라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한국 국민의 안전에 대해 아베 총리가 더 걱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선문답으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했지만, 이 총리는 "선문답이 아니다.

통화 횟수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되받았다.

이 총리는 전날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런 '돌직구 답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최근 MBC와 KBS의 불공정보도를 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이 총리는 "잘 안 봐서 모른다"고 답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쏟아졌다.

이 총리는 "저는 보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지 알고 있으며, 찾아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으로 인한 안보위기에 대해 질의를 받았을 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인데, 그 사이에 북한이 통미봉남 목표를 세우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고, '총리의 존재감이 없다'는 질의에도 "매번 총리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저는 책임총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짜 밥을 먹고 있지 않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 총리의 주요 답변장면을 편집한 내용이 누리꾼들 사이에 확산되는 등 화제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배영경 김동호 기자 hysup@yna.co.kr